웁스,
꽃이 꽃을 들었네?

달콤한 향에 파묻혀 꽃을 만지는 것만큼 빠르고 확실한 힐링도 없다. 변진솔·배희경 주임이 스스로에게 안길 선물은 바로 핸드타이드 부케다. ‘이 꽃들이 원래 이렇게 예뻤나?!’ 내 손안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꽃들의 미모에 쉴 새 없이 감탄하며, 우아한 꽃놀이가 이어졌다.

취미가 뭐예요?

글. 윤진아 사진. 박시홍 촬영협조. 블랑플레르

보령발전본부 총무부 변진솔 주임, 보령발전본부 정보통신부 배희경 주임

부케, 우리가 만들어봤습니다!

때론 백 마디 말보다 한 송이 꽃이 더 많은 것을 전해준다. 무뎌진 일상에 생기를 안겨줄 오늘의 도전 종목은 핸드타이드 부케(Hand-tied Bouquet) 만들기! 프랑스어로 ‘다발’을 뜻하는 부케는 자연에서 꺾어온 꽃으로 다발을 만들어 신부에게 선물하던 데서 비롯됐다. 꽃을 손으로 직접 잡은 듯한 형태의 핸드타이드 부케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방식이다.
라넌큘러스, 스위트피, 작약, 아스틸베, 거베라, 옥시, 델피니움, 디그니티 장미, 맨스필드파크 장미, 아미초… 플로리스트가 작업대에 꽃을 내려놓으며 하나하나 이름을 알려주면, 소리 내어 따라 부르며 꽃 이름부터 외워본다. 어느 순간부터 부쩍 꽃이 좋아졌다는 변진솔 주임은 “예쁜 것만 보며 살고 싶은 요즘, 입사동기 희경이와 같이 힐링하고 싶어 신청했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입사 전부터 식물을 가꾸며 취업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배희경 주임도 “내 손으로 조그만 잎들을 키워나가던 즐거움이 새록새록하다”라며 부케 만들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 손으로 조그만 잎들을
키워나가던 즐거움이
새록새록하다.

한 손에 품은 정원

각자 원하는 디자인을 정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모양도 색깔도 이름도 조금씩 다른 각종 장미부터 컨디셔닝에 들어갔다. 날카로운 가시나 불필요한 잎사귀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시작하자마자 변진솔 주임이 튤립을 두 동강 내는 사고를 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매끄럽게 단면이 잘려 차가운 물로 심폐소생할 수 있었다. 바로 옆에선 배희경 주임이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손사래를 치며 바닥에 수북이 쌓인 장미꽃잎을 다급히 치운다. 확연히 작아진 꽃 크기에 당황하며 “제발 멈춰!” 되뇌다가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지!” 눈 질끈 감고 계속해서 꽃잎을 따는 통에 한바탕 웃음꽃이 퍼졌다.

둘의 인연은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24시간 붙어 지내며 시작됐다. “(구)변진솔 룸메이트, (현)변진솔 여자친구를 담당하고 있다”라는 자기소개에 이어 “교육장에서 햇살같이 웃어주던 언니의 모습에 반해 지금껏 열심히 붙어있다”라는 배희경 주임의 달달한 고백에, 변진솔 주임의 만면에 발갛고 환한 꽃이 피어났다. 변진솔 주임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배희경 주임을 소개했다. “나이 들수록 마음 통하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데,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주고, 위해주고, 아껴주는 희경이야말로 제게는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일이 바빠지면서 예전처럼 자주 뭉치지 못했는데, 희경이와 함께하는 일분일초가 눈부시네요.”

원래 이렇게 예뻤나?

만들다 보면 기분까지 화사해지는 부케는 예쁜 만큼 손도 많이 간다. 한번 시작하면 완성할 때까지 손의 힘을 풀 수도, 꽃다발을 내려놓을 수도 없다는 사실! 장미·카네이션처럼 줄기가 꼿꼿한 꽃 두세 송이로 중심을 잡아주고, 한 방향으로 꽃을 둘러가며 잡는 게 포인트다. 플로리스트의 시범을 볼 땐 쉬워 보였는데, 좀처럼 잡히질 않고 꽃을 잡은 손아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오래 주무르면 꽃의 생명이 짧아진다는 경고에 최대한 빠르게 완성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통일감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높이가 하나도 같지 않게 꽂는 것도 중요하다. 고심 끝에 재배치를 반복하다 보니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여 있던 꽃들은 다 사라지고, 꽃봉오리 같은 부케가 모습을 드러냈다. 색감과 질감을 살펴가며 비어 있는 부분을 작은 필러플라워로 메꾸다 보니 점점 더 풍성해진다. 이제 다발을 단단히 묶고 줄기를 깔끔하게 자른 다음, 전용 테이프로 고정하면 완성! 방금 정원에서 꺾어온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화려한 ‘꾸안꾸’ 부케다. 두 사람의 손끝에서 만개한 꽃송이를 한데 모아놓고 보니 꽃밭이 따로 없다. 시들기 전에 꽃시장에서 직접 꽃을 사와 다시 한번 꽃꽂이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매일 내게 힘을 줄 한 뼘 정원 만들기! 꽃향기와 함께 일상에 생기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꽃향기와 함께 일상에
생기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해서인지, 부케를 만드는 내내 괜히 설레어요. 저는 화사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의 부케를 만들고 싶었어요. 야생화 들판에서 모두가 웃으며 치르는 결혼식에 어울리는 부케랄까요? 막상 만들고 나니 꽃이 숨어서 잘 보이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그냥 부케 자체가 자유로워졌네요. 하하!

보령발전본부 총무부
변진솔 주임
보령발전본부 정보통신부
배희경 주임

손에 땀도 많이 나고 고쳐 쥘 때마다 형태가 변해 당황했지만, 틈틈이 언니가 버린 꽃도 훔쳐서 추가하다 보니 예쁜 부케가 나왔어요. 쌤이 ‘오뜨꾸뛰르’ 느낌이라고 칭찬해주셨는데, 왠지 프랑스 감성도 묻어있는 것 같고요. 하하! 정성 담은 꽃다발로 마음을 전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을 자주 가져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