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용히 주변을 환기하는 힘을 지녔다. 내면을 치유하거나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도 그만이다. 40기 입사 동기들이 나만의 향수 만들기에 도전했다. 은은하거나 감미롭거나 달콤하거나. 향을 통해 ‘나’와 ‘우리’를 발견한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
취미가 뭐예요?
글. 김주희 사진. 조병우
좋아하는 것에 더 가까이 가 닿는 방법은 배움이라 했다.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은 입사 6개월차 동기 4인이 향의 세계에 들어섰다. 보령발전본부 경영지원처 총무부 이민영, 유영필, 김현식 주임 그리고 지역협력부 최서희 주임이 클래스 메이트로 함께했다.
“신입사원 개발 교육이 이뤄지는 발전인재개발원에서 비발전스터디를 함께하며 친해졌습니다. 이후 같은 보령발전본부 경영지원처에 배치되면서 더욱 가까워졌어요.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네 사람 모두 향수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다 같이 향수 만들기에 도전한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취미가
뭐예요?’ 문을 두드렸습니다.”
오늘 이들의 미션은 커스텀 향수 100ml 만들기다. 가장 먼저 맘에 드는 향수병을 선택한 후, 향을 찾아 나선다. 향은 휘발도에 따라 분류된다. 향의 첫인상으로 처음에 느껴지는 탑노트, 향수의 메인 향으로 가장 짙게 다가오는 미들노트, 은은한 잔향으로 남는 라스트 노트가 있다. 총 60여 가지의 향료를 탐색하는 시간.
달그락달그락, 향료가 담긴 유리병을 매만지는 경쾌한 소리가 공방 안에 울려 퍼진다. “오, 커피 향이 나는데?”, “요즘 평온하게 해주는 향이 끌리더라.”, “달콤한 향은 한 입 먹고 싶을 정도네요(웃음).”, “다 고르고 보니 제가 중성적인 향을 좋아하나 봐요.” 향을 고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고민해야 하는 작업.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가치 있다. 미처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현재의 심리 상태도 깨달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향을 찾았으니, 배합을 통해 섬세하게 향을 다듬을 차례. “향을 얼마나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무수히 많은 향기가 만들어집니다. 생각지도 못한 향이 탄생하기도 하고요. 여러분의 손끝에서 향수를 만들어 보세요.” 조향사의 안내에 따라 나만의 황금률을 찾아간다. 정해진 틀 없이, 그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사적이고도 창의적인 향을 만든다. 스포이드 한 방울당 무게는 0.03g. 이 한 방울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향을 감지해 본다. 직원들은 “과학 같달까요. 정밀한 단위로 확연히 달라지네요”라며 조향 세계에 감탄한다.
총 5차에 걸쳐 수정을 거듭하며 블렌딩을 한다. 부족한 향은 더하고, 넘치는 향은 덜어내고, 전혀 새로운 향을 첨가하기도 한다. 네 사람의 배합에도 스타일이 드러난다. 최서희 주임과 이민영 주임은 과감하게 척척 배합하는 반면, 유영필 주임과 김현식 주임은 신중하게 고민하며 향을 조율해 갔다.
“바닐라 향을 추가해 달콤하게 해볼까?”, “아쿠아 향을 넣으니,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가죽 향이 이렇게 고급스럽군요.”, “은은한 수선화 한 방울을 더하니 딱이네요.” 향료를 가감하며 블렌딩을 거친 끝에 나만의 황금률을 찾았다. 향수 베이스인 알코올에 각자 선택한 향을 더하자 드디어 세상
하나뿐인 향수가 완성됐다. 마지막으로 공병도 디자인한다. 향수 이름을 적은 네임 태그와 이니셜 목걸이, 스티커로 개성을 더하니 애착이 더욱 뿜뿜한다.
동료들의 취향을 세세하게 알게 되었다는 최서희 주임과 유영필 주임, 향료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김현식 주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민영 주임은 세 사람을 향해 메시지를 전했다.
“최서희 주임은 늘 밝고 맑은 플로럴 향 같은 동료입니다. 그리고 바쁜 업무에도 불평 하나 없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김현식 주임은 무게감 있는 향을 닮았달까요. 유영필 주임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유머와 위트를 지닌 바닐라 향 같아요. 동료 이상의 귀중한 인연이 되어준 세 사람과 더 멋진 직장생활을 이어가겠습니다!”
오늘의 클래스는 단순히 향수를 만드는 것을 넘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동료를 더 깊이 알아가고, 조화와 시너지의 중요성을 발견한 시간으로 남았다. 앞으로도 이들의 인연이 오래가는 잔향처럼 은은하기를, 과일 향 같이 늘 달콤하기를, 봄날의 꽃처럼 향기롭기를···!
신입사원 4인이 정성스레 만든 나만의 향수에 이름을 붙였다. 향기를 맡을 때 마다 오늘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를 바라면서 나눠본 향기 talk!
언제나 쿨하게, 매사 긍정적으로 임하겠다는 염원을 담았어요. 저만의 Blue 향과 함께라면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며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다가와 손 내밀어주고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동기들과 같이 해서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늘 함께하자!
평소에 과일향을 사용해 본적이 없거든요. 블랙체리와 바닐라 등의 향을 조합하며 새로운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입사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났는데요. 체험을 함께하며 동기의 소중함이 짙게 와닿았습니다. 오늘이 향기와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원데이 클래스에 처음 참여해 봤는데요. 제가 어떤 향에 평온함을 느끼는지, 무엇에 끌리는지 등 취향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힐링 아이템이 될 것 같아요. 직장생활 중 끝까지 가는 인연이 동기라고 하잖아요. 오늘을 기억하며 우리 넷의 인연이 영원하길 기원합니다!
제 이름 ‘식’과 좋아하는 숫자를 조합해서 향수 이름을 지었어요. 향수를 커스텀한 경험은 처음인데, 과정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비슷한 계열의 향만 조합해야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전혀 다른 향을 매치했을 때 어우러지는 게 신기했어요. 다양한 색채와 향기를 지닌 우리들도 조화를 이루며 인연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