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별꽃

가치를 나누는 디자인 기업

천안의 한적한 골목, 그곳에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름부터 사랑스럽다. ‘코끼리별꽃’. 오래되고 낡아 가치를 잃은 물건들이 코끼리별꽃을 만나 새로운 가치를 품는다.

상생을 꿈꾸며

글. 편집실 사진. 박미나

쓰임을 다한 것들에게 희망을

코끼리별꽃의 이야기는 버려지는 쓰레기에서 시작된다. 예술대학 공예과 교수였던 최민경 대표는 강의실 이곳저곳에 쌓인 쓰레기와 아무도 비우지 않는 쓰레기통이 늘 마음에 걸렸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려 하지 않았다. 당장의 과제와 바쁜 일정에 쫓기는 그들에게 환경문제는 늘 뒷전이었다.
최민경 대표는 뜻이 맞는 후배들과 버려진 쓰레기로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예술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고 공감하길 바랐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사회적 기업에 대한 꿈도 그 흐름 속에서 다시 펼치게 되었다. 2016년 12월, 천안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7기에 선정되면서 코끼리별꽃의 공식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전소영 팀장도 최민경 대표와 함께 지금까지 코끼리별꽃을 이끌고 있다.
“‘코끼리별꽃’은 코끼리, 별, 꽃이라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진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코끼리는 인간을, 별은 희망을, 꽃은 행복을 의미합니다. 코끼리별꽃의 뜻처럼 인간과 자연이 모두 희망을 갖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세상에 따뜻한 가치를 알리려고 합니다.”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

버려진 페트병, 찢어진 박스, 구겨진 캔, 쓰임을 다한 현수막까지. 누군가는 ‘쓰레기’라고 부르지만, 코끼리별꽃에서는 ‘가능성’이라 부른다. 이들의 손을 거친 재료들은 아이들의 놀이터, 에코백, 카드지갑 등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소영 팀장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그 속에 담긴 철학을 덧붙였다.
“디자인하고 제작할 때 버려진 소재의 흔적을 숨기지 않으려고 했어요. 오히려 그 결을 살리고 새로움을 덧입혔죠. 흠도 디자인의 일부로 승화시키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버려졌지만, 누군가에게는 별처럼 빛날 수 있으니까요.”
코끼리별꽃은 업사이클링 제품 개발 외에도 환경교육과 전시기획, 문화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미술교육 프로젝트인 ‘환경아! 사랑해’ 기획, 업사이클링 페스티벌 ‘너와, 나 우리함께’ 기획, 천안문화재단과 함께 ‘문화가 있는 날’ 기획, ‘업사이클링 놀이터’ 기획 및 운영, 천안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천사마켓 with 로컬’ 디자인 등 8년 넘게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겨왔다.
최근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환경 체험 부스를 디자인하고, 쓰레기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히 예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천천히, 느리지만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가장 진지하게 실천하는 코끼리별꽃. 지금 이 순간에도 폐자원의 순환을 생각하고, 쓰임을 마친 것들에 다시 가치를 부여하는 중이다. 전소영 팀장은 녹록지 않은 그 여정이 더욱더 빛날 수 있었던 건 뜻을 함께하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중부발전과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가 함께하는 ‘KOMIPO 소셜그라운드’에 선정된 것도 저희에게 든든한 힘이었죠. 2024년 12월에 KOMIPO 소셜그라운드 성과 한마당이 열렸는데, 사회적경제기업 관계자와 유관기관,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사업의 주요성과와 기업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었어요. 최민경 대표님도 ‘지구와 상생하기 세션’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대해 발표하셨죠.”
환경과 사회,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가치와 진심으로,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가고 있는 코끼리별꽃. 그들은 알고 있다. 빠른 성장보다 ‘오래도록 함께 빛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코끼리별꽃 전소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