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 많은 중부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온종일 치열하게 일하다 보면 몸이 본능적으로 ‘놀아야 한다’고 외치는 시간이 온다. 취미에 몰두하며 머릿속을 비우면 또 새로운 생각을 채울 공간이 생기는 법! 오늘도 이들은 일하기 위해 놀고, 놀기 위해 또 일한다.
천과 실과 바늘,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2년 전 도서관 문화센터의‘생활소품 만들기’ 강좌 수강 신청이 시작이었다. 백진주 사원은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두세 시간씩 재봉틀 앞에 앉았다. 재봉틀로옷감을 밀면서 반듯하게 박음질을 하다 보면굴곡진 인생도 쫙 펴질 것만 같았단다.
신재생사업처 신재생총괄부 백진주 사원(좌), 핸드메이드 다이어리(우)“민원이 많은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마음 챙김이 절실했어요. 한 땀 한 땀 실을 엮고 있으면 복잡한 마음은 사라지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죠. 엉켜 있던 생각이 하나둘 정리 되면서 ‘무념무상의 경지’가 어떤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더라고요.(웃음)”
기본 스티치 기법을 익힌 다음엔 조급한 마음과의 한 땀 승부다. 바느질에 요령은 없다. 꾸준히 하면 는다. 일상의 소품에 나만의 감각을 덧대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진주 사원은 그동안 손바느질과 미싱을 고루 활용해 가방, 파우치, 에코백, 냄비 집게, 차 받침대 등등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왔다. 나날이 숙련된 손기술로 최근에는 다이어리 커버를 완성했다. 손수 고른 재료로 직접 디자인해 만든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는 계획 설계는 물론 점검과 이행에도 곱절의 애정을 실어줄 터! 다이어리 첫 장에 적을 2020년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물질적인 부자가 아니라 ‘열정 부자’, ‘경험 부자’가 되고 싶어요. 또, 제가 만든 것을 주변에 여유롭게 퍼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더 많이 퍼주려면 제 손이 더 부지런해져야겠죠?(웃음)”
‘더 즐거운 인생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대신 박계신 과장은 지체없이 도면을 펼쳤다. 소싯적부터 만들어 쓰기를 좋아했던 박 과장은 용접으로 농기구도 만들고, 집 안 가구나 소품에 하자가 생기면 뚝딱 고쳐 쓰곤 했다.
“거친 공구와 목재만 봐도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것 같아요.(웃음) 목공을 처음 시작할 땐 어설프고 실수도 많았지만, 실패와 개선을 거듭하면서 기술이 늘더군요.”
신보령발전본부 발전운영실 박계신 과장(좌), 첫 작품, 5단 서랍장(우)나무 향기 솔솔 맡으며 목재를 고르고 자르고 붙이는 매 순간, 자연과 노니는 호사에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돈다. 별다른 정체성이 없던 나무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동안, 동료와의 우정도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박계신 과장은 ‘신보령 DIY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다. 점심시간, 퇴근 후, 주말에 삼삼오오 모여 툭탁툭탁 가구를 만들고, 대패질, 톱질, 끌질 같은 기본기도 전수한다.
“제 휴식 시간의 반은 목공 DIY로 보내요. 내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건 설레는 일인 것 같아요. 취향이 비슷한 동료들과 생각을 나눌 공간이 회사 안에 있다는 것도 행운입니다.” 테이블 겸용 책꽂이, 주방 수납장, 화분거치대 등등 박계신 과장의 야무진 손끝에서 탄생한 가구는 집 안 곳곳에서 단단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가구를 쓰는 사람의 시간이 덧대어져 나날이 그 사람만의 작품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쓸수록 무르익는 빈티지한 매력이야말로 가구 주인이 시간의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고유한 멋이다.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요.알.못’이었다. 아직 초보 꼬리표를 떼진 못했지만 어엿한 요리사로 거듭난 김강은 사진사는 “한번 재미를 붙이고 나니 요리야말로 세상 가장 즐거운 취미”라고 말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입맛에 맞게 해먹을 수 있게 되니 삶의 질이 확 달라졌어요. 요즘은 검색만 하면 훌륭한 영상자료가 넘쳐나는 만큼 따로 돈 주고 배울 필요도 없어요.” 한 끼를 먹어도 건강하고 즐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김강은 사진사는 ‘맛있는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획전략처 홍보실 김강은 사진사(좌), 라이언 김치볶음밥(우)“sns에 ‘쿡스타그램’을 만들어 요리일지를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어요. 아직은 고수들의 비법을 열심히 따라 하는 수준이지만, 성공작들을 맛보고 나누는 즐거움이 큽니다.” 라이언 김치볶음밥, 댕댕이 카레라이스, 청국장, 마늘칩햄 볶음밥, 들기름 달걀프라이, 골뱅이 비빔면 등등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는 맛만큼이나 탐스러운 비주얼로 식욕을 돋웠다. 김강은 사진사는 주로 여유로운 주말, 집에서 삼시 세끼를 먹을 때 요리를 한다.
“신랑이 굴소스가 들어간 볶음밥을 좋아해서 종종 해줘요. 얼마 전에는 평소 즐겨 먹던 비빔면에 골뱅이, 오이, 어린잎채소, 달걀프라이를 얹어봤는데 ‘맛의 신세계’라는 극찬을 받았죠.(웃음) 삶의 힘이 되어줄 ‘맛있는 순간’을 점점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를 마주 보게 하는 곳, 함께여서 더 행복한 식탁에서 김강은 사진사는 진심을 담아 요리하고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우는 참이다.
재료 : 밥, 김치, 달걀, 당근, 대파, 고춧가루, 설탕, 간장, 김, 마요네즈, 올리브유
➊ 기름을 두른 팬에 대파를 넣고 볶아 파기름을 낸다.
➋ 당근을 먼저 넣고 볶는다.
➌ 간장을 약간 넣어 불향을 내고, 먹기 좋게 자른 김치를 넣어 볶는다.
➍ 밥을 넣어 볶고, 고춧가루와 설탕으로 간을 한다.
➎ 달걀로 스크램블을 만든다.
➏ 그릇 중앙에 볶음밥을 올린 후 스크램블을 둘러 얼굴형을 만들고, 마요네즈와 김으로 눈과 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