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세상이 저물고 있다. 생필품 구입이나 퍼스널 트레이닝, 심지어 업무와 회의도 인터넷 접속으로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감염성이 높은 코로나19는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를 일상에 안착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우리는 지금 ‘언택트(Untact)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글. 강진우 문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이스트라
언택트(Untact)는 ‘콘택트(Contact·접촉하다)’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접붙인 신조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온라인 마케팅과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구매와 소비 쪽에서 활용됐을 뿐, 사회 전 분야로 퍼져 나가지는 못했다. 그런데 작년 말 출발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판도가 급변했다. 사람 간 접촉이 주요 감염경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는 정서가 형성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재택근무 확대·모임 및 행사 자제·온라인 쇼핑 이용률 급증·온라인 개학·온라인 공연 등 비대면으로 일상을 영위하려는 움직임이 우리 생활 속에서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을 통해 가장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출퇴근을 대체하는 집에서의 원격근무가 대폭 늘어났고, 3월 초 개학을 미루던 교육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저지를 위해 4월 9일부터 사상 초유의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시행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업무를 보는 낯선 환경에 맞닥뜨렸다.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웬만한 생활용품과 식재료는 온라인쇼핑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인적 드문 곳으로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프로야구는 ‘직관’ 대신 집에서 원격으로 응원하며 즐기는가 하면, 유명 호텔을 필두로 다양한 룸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속속 도입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언택트 문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우리 사회 곳곳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전면적으로 시행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고 우려도 많았지만, 우리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언택트 문화에 적응하고 있으며 그 특장점에 대해 피부로 느끼고 있다. 따라서 언택트는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된 후에도 21세기를 정의하는 주요개념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택트가 급작스럽게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이에 따르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당장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사람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다 보니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일부 매장에서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의 판매에 나서고 온라인 직거래를 강화하는 등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공연계는 자영업 이상의 고충을 겪고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것. 일부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온라인으로 옮겨 개최하자, 아예 온라인 공연을 기획·실행하려는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이라는 장르 특성상 업계 침체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공연계의 깊은 고민과 다각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듯 언택트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언택트는 단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활용한 교류와 소통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만남으로 돈독한 관계를 쌓아 왔지만, 이제는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화면을 통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일상에 치여 미뤄왔던 안부전화와 문자 한 통으로 얼마든지 정을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언택트 시대를 ‘컨택트 사회의 진화’로 인식하고 아름답게 꽃피워야 하는 이유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http://www.emuseum.go.kr/main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MMCAKorea
인문예술콘서트 오늘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80.do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네이버TV
https://tv.naver.com/koreansympho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