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 이 말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 있다. 바로 광양와인동굴과 광양에코파크다. 사라진 옛 터널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광양의 새로운 명소로 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발전 시설 지하화를 결정함에 따라 지상에는 시민공원이자 예술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가 조성되는 공간혁신을 이뤄냈다. 광양와인동굴 & 광양에코파크도 이전 공간의 특성을 간직한 채 다른 용도로 탈바꿈해 공간을 혁신한 사례로, 대표적인 카멜레존이다. 카멜레존은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성한 말로,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롭게 변신한 것을 일컫는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용강리에 자리한 광양와인동굴과 광양에코파크. 산속에 있어서 ‘여긴 뭐 하는 곳이지?’ 하는 호기심이 들게 한다. 두 개의 동굴이 나란히 있어서 언뜻 보면 쌍둥이 터널 같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로 연결되는 비밀의 문 같기도 하다. 입구부터 호기심 들게 하는 이곳은 사실 광양제철소로 원료와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광양 제철선 화물열차가 운행되던 301m의 길이의 석정터널이었다. 1987년 개통한 광양제철선은 광양역에서 출발하여 태금역을 연결하는 총 19km의 노선이었는데 광양 제철선 개량으로 2011년 폐선되었다. 그중에서도 광양역~광양제철 간 제철소 원료와 제품을 수송하던 제철선 석정1터널(제1동굴)은 현재 광양와인동굴로, 경전선 복선화 작업 기간 내 연결했던 임시선인 석정2터널(제2동굴)은 광양에코파크로 변신해 광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광양와인동굴과 에코파크로 탈바꿈하기 전 석정터널 모습광양와인동굴과 광양에코파크는 양옆으로 나란히 있어 그 앞까지 도착하면 어느 곳을 먼저 가야할지 문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된다. 어느 곳을 먼저 방문해보라고 우선순위를 말해주긴 어렵지만, 터널에서 새롭게 변신하고 문을 연 순서는 광양와인동굴이 먼저다. 광양와인동굴은 ㈜나르샤관광개발이 민간 투자해 폐철도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곳. 긴 터널이 있었던 자리인 만큼 구간마다 테마를 다르게 해 총 10구간으로 구성한 게 재미가 있다. 구간을 대략적으로 트릭아트 포토존, 와인의 역사, 와인판매대, 카페테리아, 특산물판매대, 와인저장고, 환상의 빛 터널, VR체험존, 체험학습실로 나눌 수 있다. 출입구부터 지루하지 않게 트릭아트를 꾸며놓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관람하기 전부터 인증샷을 찍느라 바쁘다.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고 들어가면 고대 와인의 기원과 역사를 100m 길이의 벽면에 새긴 부조벽화를 볼 수 있다. 그 벽화의 실루엣을 따라 미디어 파사드 영상쇼와 사람들의 동작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가 시선을 끄는데 관광객들이 어느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끔 구성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벽화와 영상쇼를 구경하다가 보면 와인을 판매하는 곳과 카페테리아를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카페테리아에 앉아 와인을 시음하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도심 속 흔한 와인바의 모습과는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동굴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광양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이 나온다. 실제로 광양와인동굴에서는 광양의 특산품인 매실을 이용한 매실와인을 연구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판매뿐만 아니라 매실와인 만들기 체험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와인 제조과정과 발효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니 광양와인동굴을 찾았다면 한 번쯤 체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실와인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광양와인동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한다. 특산물 판매하는 곳을 지나면 LED 조명으로 꾸민 빛의 터널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VR체험관, 족욕체험관이 나온다. 천천히 걷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찰나에 꾸려진 체험관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렇게 체험관까지 관람을 마치면 광양와인동굴 투어는 끝이 난다.
광양와인동굴이 어른들을 위한 곳이었다면 광양에코파크는 이름부터가 ‘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석정2터널(제2동굴)에서 광양에코파크가 된 이곳은 들어가는 순간, 마치 실내 놀이터에 온 느낌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광양에코파크 안으로 들어가 볼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에코파크의 내부. 에코파크 미디어샌드존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아이들을 위한 미디어생태체험관으로 꾸며진 이곳은 터널 한 곳 한 곳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알차게 구성했다. 스토리월, 매직포레스트존, 3D스케치 공간, 포토존, 트램펄린, 미디어클라이밍, 화석발굴체험, 미디어샌드존, 커브드 스크린, 액션슬라이드, 런닝존, 인터렉티브 액션존, 워터건까지 무려 13가지의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양와인동굴에 비하면 길이가 작은 대신 아이들에게 무한대의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취지가 느껴진다. 미디어생태체험장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증강현실 체험은 아이들의 창의력, 분석력, 공간지각력, 응용력 등 두뇌발달에 좋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광양을 찾았다면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편백과 대나무를 사용한 부모님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되어 있고, 성인에게는 커피나 와인 1잔이 무료로 제공되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름휴가 때 아이들 케어하느라 지친 부모님들에게 추천하는 코스다. 아이들은 뛰어놀게 하고 옆에서 커피나 와인 한잔 마시며 힐링할 수 있는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체험공간이기 때문이다.
단체 예약을 원할 시에는 예약이 필수라고 하니 홈페이지를 참고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폐터널에서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새 옷을 입은 광양와인동굴과 광양에코파크. 훗날 세월이 흘러 모습이 또 변할 테지만, 광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 추억을 선물해주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란다.
· 광양와인동굴 & 광양에코파크
하절기(4~9월) 매일 10:00~19:00
동절기(10~3월) 매일 10:00~18:30
전남 광양시 광양읍 강정길 33
061-794-7789/ 061-794-7788
http://www.wmu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