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8이다.
태어난 연도가 아니다. 슬프게도 옷 사이즈다.
88사이즈로 말할 것 같으면
기성복 대신 빅사이즈 전문점에서 고른 옷을 입어야 하고
하이힐 대신 플랫슈즈를 신어야 하는
선택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내겐 먹는 행복이 너무나 크다.
매콤한 떡볶이와 야들야들한 족발, 언제나 진리인 라면을 먹을 때면
“이게 바로 행복이지”를 외치곤 했다.
돼지라고 놀림을 받고
지하철에서 임산부로 오해해 자리를 양보받는 등
수많은 굴욕의 순간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건
먹는 즐거움 덕분이었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그동안 애써 외면해오던 비만이 건강에 빨간불을 켜고야 말았다.
이제는 美의 문제가 아닌 生의 문제.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말했던 순간이,
야식을 주문하던 그 모든 순간이 후회되고 부끄러웠다.
더는 내일로 미룰 수 없었다.
서랍 속에 넣어둔 과자를 쓸어 담아 버렸고,
핸드폰 속 배달앱을 삭제했다.
퇴근 후, 홈트 영상을 보며 운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의 피눈물 나는 다이어트 성공기는
1년 전 오늘 그렇게 시작되었다.
- 2021년 8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