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이 수식어를 듣고 있노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지? 언제, 어디서나,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게 책인데!’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바로 KOMIPO의 책 읽는 남자들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남다른 품격이 묻어나는 세 남자의 독서찬양론.
살다 보면 신경 쓸 일이 너무나도 많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고, 나이가 쌓여갈수록 더욱 그렇다. 조명제 차장도 그랬다. “살다 보니 여러 생각들로 복잡해질 때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큼은 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신경 끄기의 기술> 역시 그런 맥락에서 집어든 책이었다. “저자도 저랑 같은 마음인가 싶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더 재밌게 읽었어요.”
일상에서 생각을 잠시 동안만이라도 비우고자 등산도 하고, 여행도 가보곤 했지만 책을 읽을 때만큼 효과가 제대로인 것은 없었단다. 그런 그에게 어떤 종류의 책을 선호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그의 취향만큼이나 간결했다. “단편이요.” 장편은 호흡이 길어서 중간에 접어두고 다시 읽게 되면 스토리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진전이 없다는 게 그 이유. “장편을 한번 읽어보려고 했는데, 스토리를 잘 까먹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단편이 좋아요. 집중에서 빨리 읽을 수도 있고 스토리를 까먹지도 않고요.”
취향이 확실하기에 그는 책을 고르는 데도 고민이 없다. 눈길이 가는 표지의 책이나 단편. 그 두 가지가 전부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재미있잖아요. 여러분도 읽고 싶은 책을 하나씩 정해두고 하루에 한 장씩이라도 좋으니 책 읽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네요.”
확실한 독서 취향이 있는 조명제 차장에게 잊을 수 없는 책은 무엇일까. 바로 <오은영의 화해>다. “이 책 역시 제목이 끌렸어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3 한 명, 20대 두 명의 아이들이 있거든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소통이 잘 안 되는 걸 느꼈어요. 저도 모르게 아이들을 누르려고 하는 대화법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곤 했나보더라고요. 그때 저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다가설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이 책을 보게 된 겁니다.”
의도와는 달랐던 자신의 화법에 상처가 되었을 아이들에게 먼저 화해를 신청하고자 집어든 <오은영의 화해>. 이 책을 읽으며 조명제 차장은 깨달았다.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지를 말이다. 그리고 한편의 위로도 얻었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오거든요.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때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고민에 빠진 저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더라고요. 힐링이었죠.”
<오은영의 화해>를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법을 배운 조명제 차장은 앞으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계획이다. “책 많이 읽는 사람으로 사보에도 나와서 이제 저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북포인트를 다 쓸 때까지 책을 구매해서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의 화해>는 육아 멘토 오은영이 정신 상담을 연재하며 들어온 수많은 아픈 사연과 어찌할 바를 몰라 저자를 찾아와 무너져 내렸던 사람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깊이 분석하고 고뇌한 조언을 담았다.
촬영을 위해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이상철 과장.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서아카데미에 참여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기에 이번 촬영이 반갑다.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서아카데미에 참여했어요. 그때 독서 토론을 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후배 사이를 떠나서 한 권의 책에 다른 견해를 들어보는게 재밌더라고요.”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서아카데미가 아니더라도 이상철 과장은 사실 자타공인 독서광이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이었던 그는 자라면서 성경책을 읽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을 길렀고, 7년 전 사내 청년이사 의장을 맡으면서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저는 김진명 작가를 좋아해요. 이제까지 출간된 건 다 읽을 정도로 말이죠. 김진명 작가를 좋아하게 된 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나서 부터였어요. 사건을 파헤치는 방법을 심도있게 표현해서 재미있더라고요. 더욱이 애국심이 책 전반에 깔려있어 가슴 뭉클해지기까지 했죠.”
아버지의 책 사랑은 그대로 아들에게도 이어졌다. 이상철 과장의 아들 역시 책을 좋아한다는 것. 아들도 김진명 작가의 책은 거의 다 읽을 정도로 부자는 책을 매개체로 소통하고 있다. “주말마다 아내, 저, 아들 이렇게 셋이 북카페에서 3~4시간 있다 올 정도로 책을 좋아해요. 가족 모두 취향이 맞는 덕분에 함께 할 때마다 즐거워요.”
<AROUND>와 같은 감성지나 남성 매거진, 인테리어 잡지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책을 보는 그가 요즘 꽂힌 책이 있다. “요즘은 <김미경의 리부트>를 읽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렵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인데요. 정말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읽어보면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자신과 같은 나이인 작가의 자기관리와 마인드, 미래를 보는 시각이 특히 좋았다는 그는 <김미경의 리부트> 역시 아들에게 추천했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아들이기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저는 제주가 좋아서 제주발전본부에 지원해서 왔거든요. 바다로 유명한 부산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제주의 바다는 유독 풍경이 아름다워서 좋더라고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제주도에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상철 과장이 그리는 미래는 이렇다.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모아놓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작은 도서관의 형태는 아직 고민 중이라는 그.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제2의 인생에서도 책은 그와 함께 할 것이라는 사실을.
<김미경의 리부트>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미래를 이해하는 법,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바뀐 생존 공식, 달라진 세상으로 빠르게 진입해 기회를 잡는 법, 이를 위해 바꿔야 할 공부법과 습관, 마인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을 아우르는 혜안이 가득 담겨 있다.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서아카데미로 지방에서 느끼지 못했던 문화생활의 갈증이 해소되었다는 조정호 과장. 그도 그럴 것이 조정호 과장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책을 통해 문화생활을 누렸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약속 장소가 서점이었어요. 결혼 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자주 갔죠. 거기에는 책만 있는게 아니라 볼거리가 다양하거든요. 외국 서적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요. 저는 살면서 해결되지 않은 일을 겪을 때마다 책을 찾아봐요. 신보령에 오고 나서는 그럴 기회가 적었는데 마침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서아카데미를 시행한다고 해서 정말 반가웠어요. 덕분에 마음껏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이렇게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조정호 과장은 강신주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같은 나이의 강신주 작가의 책을 볼 때면 같은 시대에 살면서, 자신이 해왔던 고민과 그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많은 대중 앞에서 인문학 강의를 한다는 게 참 멋있었어요. 인문학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삶과 고뇌를 이야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인문학 강의도 찾아 가고, 책도 읽으니 어느 순간 애독자가 되었더라고요.(웃음)”
사실 조정호 과장은 강신주 작가의 책 말고도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변화하는 시대에 책은 모든 고민의 기초가 되어 준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꽤 오래된 책인데요. 박삼중 스님의 <사형수의 눈물을 따라 어머니의 사랑을 따라>와 천상병 시인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모든 인간이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지는 걸 느끼게 되었거든요. 다음에도 다독다독(多讀多讀) 독서아카데미가 열린다면, 죽음과 같은 무거운 주제로도 선후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책에 관해서라면 열린 생각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조정호 과장.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방법도 남달랐다. “태블릿PC로도 책을 읽곤 하는데요. 태블릿PC로 책을 읽을 때 좋은 건 휴대가 간편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표시해 둘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종이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종이책을 넘길 때의 매력과 맛이 더 좋아서죠. 종이책이 100이라면 태블릿PC는 80 정도예요.”
조정호 과장의 인생에서 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이가 먹을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책을 손에서 떼지 않겠다는 조정호 과장은 마지막으로 독서에 대한 강렬한 한마디를 남기며 촬영을 마무리했다.
“책 읽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셨으면 합니다. 어떤 책이든 손에 집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손에 쥔 책이 있다면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읽어보세요. 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포노 사피엔스>
제4차 산업혁명의 출발을 인류의 변화에서 풀어낸 책이다. 신인류의 등장, 특징, 그들이 축이 된 새로운 문명의 실체, 산업군별 시장 변화와 소비행동의 변화,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성공 전략과 새 시대의 인재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