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던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괜스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한 걸까.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한 순간, 한 점의 그림이, 한 줄의 글귀가 마음을 두드린다.
글. 김원희 / 그림. 박진영 / 펴냄. 달 출판사
지팡이를 짚는 대신 캐리어 끄는 할머니의 해외 자유 여행!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의 저자 김원희는 보통의 부산 할머니다. 1950년생, 6·25전쟁 때에 태어나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는 평범하게 나이듦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냥 ‘할머니’는 아쉬워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기로 한다. 모험심이 넘치고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일매일 궁금한, 젊은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기뻐하고 동년배들에게는 파이팅을 보내는,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소비할 줄 아는 할머니로 말이다.
글쎄, 70살쯤 되면 그냥 조금은 아파도 좋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불편한 육신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새로 태어나고, 새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고, 이용되어지고 그리고 노화된다. 그리고 노화된 것은 새로움으로 교체된다. 자연의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164 본문 중
글. 정미진 / 그림. 김소라 / 펴냄. 엣눈북스
주인공은 불길한 꿈을 꾸고 일어난다. 그리고 오늘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불운을 예감하며 집을 나선다. 예상처럼 문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주인공의 불행은 이어진다. 작고 크고 다양한 불행이 주인공의 일상을, 아니 삶을 채워 나간다. 주인공이 걷고 있는 굽이굽이 굴곡진 골목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폭죽이 터지듯 연속된 불행은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삶에서 일정량의 불행이 있다면 그것을 소진하고 난 뒤 딱 그 정도의 행운도 내 삶 어느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단지 드라마틱하게 등장할 적당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뿐. 그렇게 언젠가는 불행의 마중물 덕으로 행운이 이끌려 올 거라 믿는다. ‘그래. 행운도 나만 피해갈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