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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산성의 겨울 <br>청주 눈꽃여행
어쩌다 여행

눈 내린 산성의 겨울 청주 눈꽃여행

고즈넉한 산성에 함박눈이 내렸다. 소리 없이 내린 눈은 산성 위로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그려낸다. 메마른 산야는 새로운 흰옷을 입고 신비롭게 깨어난다. 겨울은 대지가 잠시 죽은 듯 정지하는 시간. 하지만 생명의 뿌리는 더욱더 깊어질 것이다. 눈 덮인 산성을 자박자박 걸으며 겨울을 음미한다.

글 아이콘글. 여행작가 임운석사진 아이콘사진. 여행작가 임운석
어쩌다 여행 02 상당산성을 오르는 남문의 풍광.

사계절 중 백미로 손꼽히는 상당산성의 설경

청주 상당산성에 눈이 내렸다. 사적 제212호 지정된 상당산성은 백제 시대 때 토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선 숙종(1716년) 때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고 전한다. 상당산성의 사계는 다채롭다. 이른 봄에는 벚꽃이 팝콘 터트리듯 산성 곳곳에서 피어난다. 뒤를 이어 진홍빛 철쭉이 산성 주변을 물들인다. 신록이 우거지는 여름을 지나 가을에는 오색단풍으로 치장한다. 일 년 내내 마라톤 레이스를 펼치듯 화려한 풍광을 자랑하던 산성은 겨울을 맞았다. 이제야 상당산성은 정점에 이른듯하다. 화사한 봄꽃, 찬연한 신록, 오색 단풍도 순백의 눈꽃 위엄 앞에 무릎을 꿇게 되나 보다.

눈 소식을 듣고 차를 달려 도착하니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꽃은 햇살을 받아 영롱한 이슬로 변하고 있다. 자박자박 눈을 밟으며 산성 주변을 한 바퀴 트레킹할 요량이다. 산성은 능선을 따라 성벽이 4.2km가량 이어진다. 원점 회귀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경사가 완만해서 아이젠, 스틱 등 장비만 잘 갖추면 누구나 눈길 트레킹에 도전할 수 있다. 첫 시작은 상당산성의 랜드마크인 남문이다. 남문 앞으로 너른 완경사지가 펼쳐진다. 푸른 초원이었던 이곳에 눈이 쌓이니 은빛 융단을 깐 듯 눈이 부시다. 남문을 통과해 서쪽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쌓인 눈이 방음 역할을 하는지 자박자박 눈 밟는 소리와 이따금 지저귀는 산새 소리만 들린다. 오르막이 나오면 묵직하게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10분쯤 올랐을까. 벌써 전망이 시원하게 뚫린다.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청주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어쩌다 여행 04 겨울의 운치가 묻어나는 상당산성의 소경. 어쩌다 여행 05 성곽을 따라 눈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높은 곳에서 보니 올라갈 때는 볼 수 없었던 성벽의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굽이굽이 물결치는 성벽 길. 한 발 한 발 걸어온 지난 세월처럼 느껴져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모난 돌처럼 발에 밟히는 줄 알았는데 모두 하나로 모여 유연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이어 나타난 서문과 동문을 지나 처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시작과 끝이 한곳에서 만난다는 사실도 새삼스럽지만, 의미 있게 다가온다. 눈 덮인 산성을 뒤로 하고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조성된 문의문화재단지로 향한다.

어쩌다 여행 05 세월의 흔적과 하얀 눈이 내린 풍광이 입체적이다. 어쩌다 여행 06 설경을 즐기고자 탐방객이 길을 나서고 있다.

수몰위기 문화재가 한 곳에, 문의문화재단지

문의문화재단지는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지역문화재를 보존하고,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자 1992년부터 조성했다. 정문 격인 양성문에서 곧장 걸어가면 대청호미술관이다. 주변은 조각공원에 버금갈 만큼 훌륭한 조각품 수십 점이 여행자를 반긴다. 나무계단 산책로를 따라 오르자 문화재단지와 대청호가 드넓게 펼쳐진다. 단지에는 노현리 민가, 낭성관정리 민가, 부용부강리 민가 등 중부지방의 전통한옥 10여 채가 이전·복원돼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유형문화재 제49호인 문산관이 있다. 조선 18대 왕인 현종7년(1666년)에 세워진 문의현의 객사였는데 이곳으로 이전해 놓았다. 정면에서 보면 한아름이 넘는 굵은 나무 기둥 10개가 지붕을 받들고 있어 웅장한 면모를 뽐낸다. 언덕 아래에는 놀이마당으로 사용되는 넓은 잔디광장이 있다. 풍물공연을 비롯한 각종 행사가 열린다. 문화유물전시관까지 꼼꼼하게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어쩌다 여행 07 문의문화재단지의 양반가옥.

비밀의 정원이 열리다,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 청남대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인 청남대는 1983년부터 20여 년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그러다가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는 20여 년간의 베일을 벗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청남대 셔틀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대통령역사관부터 들러보자. 대통령관에는 역대 대통령을 소개하는 코너와 대통령 외교활동 중에 받은 선물들이 볼만하다. 청남대 안으로 들어가면 잘 가꿔진 정원 덕분에 눈이 즐겁다.

어쩌다 여행 08 청남대는 산책하기 좋은 구간들이 많다.

청주 여행 정보
* 찾아가는 길(내비게이션 검색) : 상당산성(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성내로 70 (산성동))
* 지역 별미 : 상당산성 주변에 손맛을 자랑하는 맛집이 여럿 모여 있다. 그중에 가장 손님이 붐비는 곳은 상당집(043-252-3291)이다. 식당 안팎은 매우 토속적이다. 대를 이어 맛을 내는 두부 요리가 이 집의 자랑이다. 트레킹 이후에 먹는 파전과 두부전골, 비지찌개가 일품이다.
* 문의 : 상당산성 관리소 043-201-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