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발전본부 복합발전소 제어기술부 김소영 사원 커플
벚꽃 잎이 꽃비가 되어 내리고, 유채꽃이 봄바람에 춤을 춘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 누구보다 설레는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 바로 5월의 첫날, 순백색 드레스와 근사한 턱시도를 입고 손을 맞잡게 될 예비부부다. 대학교 선후배로 만나 10년을 알콩달콩 연애한 김소영·정지훈 커플. 봄날의 꽃처럼 미소가 지어지는 이들의 달달한 연애 스토리를 들어봤다.
‘꽃과 관련된 추억이 있다면 신청해주세요.’ 사내 게시판 공문을 보자마자 김소영 사원은 종이꽃을 접어주는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꽃은 예쁘지만 금방 시들어버리는 게 싫다고 했더니 사귄지 100일째 되는 날 색종이로 장미꽃 100송이를 접어서 선물해주더라고요. 색다른 선물에 재밌고 좋았어요.” 정지훈 씨는 여자친구에게 종이꽃을 선물하기 위해 접는 방법을 연구하며 한 달 동안 꽃 접기에 열중했다. 쉴 새 없이 종이꽃을 접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오직 여자친구가 기뻐할 것만 생각했단다.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고, 장미꽃 100송이를 예쁜 상자에 담아 여자친구에게 건넸다. 재밌는 사실은 장미꽃 선물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 건 김소영 사원이 아닌 정지훈 씨였다고. “고생해서 꽃을 접은 것도 생각나고, 특별한 선물을 여자친구에게 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어요. 제가 그만 울고 말았네요. 하하.”
스스로가 준비한 특별한 이벤트에 만족한 정지훈 씨는 그날 이후 매년 기념일마다 김소영 사원에게 종이꽃을 선물했다. “처음에는 힘들다고 하더니 점점 꽃 접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색종이로 접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주름지를 돌돌 말아서 만들어주기도 하고, 솜으로 목화꽃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10년 동안 종이꽃 선물을 받아왔는데, 결혼 전에 꼭 한번 제가 종이꽃을 만들어서 선물해주려고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때였다. “예뻐서 눈에 띄더라고요. 근데 차가워 보여서 관심을 안 갖고 있었는데,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었어요. 대화를 해 보니 도도해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의외로 순수한 면이 많더라고요. 기차도 안 타보고, 여행도 안 가봤더라고요. 물론 연애경험도 없었고요. 반전 매력에 끌렸던 것 같아요.”
이후 정지훈 씨는 김소영 사원에게 “맛있는 거 먹자, 탁구 치러 가자”며 구애공세를 폈다. 김소영 사원이 그의 구애에 응한 건 선후배의 친목도모 성격이었다고. 한 달 정도 지났을까. 함께한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커질 때쯤 이들에게 영화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꽃 축제를 찾았는데, 너무나 많은 인파에 입장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보려는 계획이 실패하고 돌아서려는 그때 축제장 안으로 들어가는 소방차를 발견한 두 사람. 망설일 겨를도 없이 소방차가 튼 길을 따라 축제장으로 뛰었다.
그때까지도 썸이었기에 손대신 서로의 옷깃을 잡은 채. 축제장에는 당연히 앉을 곳이 없었지만, 정지훈 씨의 눈에 담쟁이덩굴로 꾸민 화단이 보였고, 두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불꽃을 감상했다. 세상이 마치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해 준비해둔 것처럼, 모든 것이 영화처럼 이뤄졌다. “입장하는 것부터 불꽃을 바라본 순간까지 너무 신기했어요. 슬로모션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세심하게 챙기는 여자와 무던한 성격의 남자. 10년 동안 싸움이 거의 없었던 두 사람은 딱 한 번 심하게 싸웠던 그때가 헤어지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헤어진 다음날 김소영 사원은 정지훈 씨에 대한 마음을 확신했단다. ‘이 남자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다시 만난 연인은 서로에 대한 확신과 더 커진 마음으로 결혼을 약속했다.
“남자친구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사람이에요. 욕심이 너무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정지훈 씨가 준비한 프러포즈는 ‘Will You Marry Me’라고 쓴 LED 전광판과 직접 만든 입체 카드, 그리고 종이꽃다발이었다. 어느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선물이 없었다. “좀 더 멋진 남자보다 다른 그 무엇보다 좋은 남자가 되고 싶어 너를 위해~.” 정지훈 씨는 준비한 선물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김연우의 <꽃보다 남자>를 불렀다. 이번에도 감동의 눈물을 흘린 건 그녀가 아닌 그였다. 프러포즈를 눈치 챈 김소영 사원은 눈물을 흘리는 정지훈 씨의 손에 미리 준비한 커플링을 가만히 끼워주었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살뜰하게 챙기는 두 사람의 눈빛에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내만을 보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정지훈 씨의 장난 섞인 고백에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김소영 사원. 살아가면서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혹독한 겨울도 겪겠지만 봄은 언제나 그렇듯 다시 오고 향기 가득한 꽃이 몇 번이고 두 사람의 마음에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삶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