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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던 소년 별바라기가 되다<br>보령발전본부 2전기기술부 이형록 차장
공감 인터뷰

별을 쫓던 소년 별바라기가 되다

보령발전본부 2전기기술부 이형록 차장

어린 시절의 늦은 밤을 떠올려보면 몰래 TV를 보거나, 군것질에 빠져있을 만도 하건만 이형록 차장의 어린 시절은 남다른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바로 천체망원경으로 별구경에 빠진 것. 돋보기 렌즈로 손수 만든 첫 천체망원경은 고작 10배 정도의 배율에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여느 고가의 천체망원경 못지않게 소중했다. 이형록 차장의 반짝이는 순간으로 초대한다.

글 아이콘글. 정재림 사진 아이콘사진. 고승일
공감 인터뷰 02

잠들어 있던 열정을 깨운 밤하늘

이형록 차장이 천체망원경 장비를 들고 들어서자 스튜디오 안이 술렁였다. 천체관측하면 산골 오지에 있는 천체관측소의 거대한 망원경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휴대가 가능한 천체망원경의 등장에 모두 시선을 빼앗긴 것. 망원경을 지탱하는 삼각대부터 망원경 몸체, 무게 추 등등. 줄지어 나오는 장비에 한 번 놀라고, 이 다양한 장비들이 우리를 저 먼 밤하늘의 별과 이어준다는 것에 또 놀라울 따름. 조심스럽게 망원경을 조립하는 이형록 차장의 손길에서 오랜 애정이 흘러넘쳤다. 그는 벌써 별을 찾아다닌 지 5년 차의 베테랑 별바라기다.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과 은하들이 있어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서 존재하는 지조차 잘 모르고 있지만요. 그 희미한 대상들을 직접 찾아서 눈으로 보고, 또 사진으로 남기고 있어요. 어느새 천체관측에 재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심취해 버린 것 같아요.”

바쁜 일상에 쫓겨 천체관측의 재미를 잊고 지낸 때도 있었지만, 마치 운명처럼 다시 천체관측을 시작했다는 이형록 차장. 그를 다시 별과 이어준 건 바로 보령발전본부였다. 입사 후 은포사택에서 생활하면서 어두운 밤을 수놓은 별들을 올려다보고는 본격적으로 천체망원경을 구입해 어둠을 해치고 산으로, 들로 별을 구경하러 다니기 시작했단다. 이형록 차장의 변치않은 열정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었다.

공감 인터뷰 03 © 이형록 차장
공감 인터뷰 04 공감 인터뷰 05
© 이형록 차장

고생 끝에 별이 뜬다?

천체관측이라 하면 별을 올려다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낭만을 느끼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 천체관측은 쉽지 않은 취미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이유는 우선 휴일과 날씨, 그리고 달이 없는 날을 콕 집어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점이다. 또 천체관측의 최적 조건을 갖춘 곳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극한 환경임을 빼놓을 수 없다. 이형록 차장도 관측지에 장비를 설치하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줄행랑을 치기도 하고, 귀가 중에 멧돼지 가족들과 마주친 적도 있었다고. 게다가 옮겨야 할 장비가 많아 매번 옮기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천체관측을 나서는 이유는 무얼까.

“경북 영양군에 천체관측을 갔을 때였어요. 영양군은 별빛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천체관측을 하는 동호인들에게 유명한 곳이지요. 워낙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서 어렵사리 도착했는데, 밤하늘에 흰 구름이 끼어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그게 바로 은하수더라고요. 그 광경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자연이 선물한 진풍경에 누구라도 마음을 빼앗겼을 순간이었다. 그 순간들이 바로 천체관측을 계속해나가는 이유다.

별과 함께 반짝이는 인생

이형록 차장의 다음 목표는 ‘메시에 목록 완주’.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인 샤를 메시에가 발견한 천체 대상 110개를 관측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인데 1년 중에 천체 촬영이 가능한 날이 얼마 없어서 실제 완주까지는 수년 또는 십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메시에 목록 완주가 1차 목표이고 이후에는 제가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써보고 싶어요. 렌즈 같은 광학계는 직접 만들 수 없어서 기성품을 사용하지만 경통 같은 망원경의 구성품은 직접 만들 수 있거든요. 그리고 먼 미래에는 몽골에서 천체관측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형록 차장은 특히 바쁜 일상에 쫓겨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천체관측을 적극 추천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별은 가까운 천체는 1.3초, 태양은 8분, 오리온자리의 대표 1등성인 베텔규스라는 별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했던 600여 년 전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거예요. 짧게는 수초, 길게는 수십수백억 년 전의 빛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밤하늘을 보는 의미가 색다를 겁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사람의 수명은 정말 짧아요. 밤하늘을 보실 때 무심코 지나치기보다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과정이 조금은 험난할지라도 별을 헤아리며 삶을 돌아보는 천체관측. 이렇게 낭만적인 취미가 또 있을까. 이형록 차장의 반짝이는 밤들을 응원해본다.

공감 인터뷰 06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정말 짧아요.
밤하늘을 보실 때 무심코 지나치기보다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