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경주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깊은 밤이 더 아름답다’라는 게 실감이 난다. 말 그대로다. 녹음 짙은 낮을 지나 어둠이 짙어질 때 쯤, 경주는 더 밝게 빛났다. 그리고 우리의 추억 역시 더욱 반짝이게 했다. 밤 깊은 경주에서, 다시금 새겨본 너와 나의 추억.
언제 여행한건가요?
코로나19로 올해 처음 갔던 여행이었어요. 지난 6월 초에 다녀왔는데요. 여름이면 다들 떠나는 바다보다는 좀 더 특별한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SNS에서 경주 사진을 보고 매료되었죠.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첨성대, 동궁과 월지입니다. 남자친구와 이곳들을 산책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선선한 여름 밤 공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경주의 야경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남자친구에게 한마디?
10대에 만나 20대 중반이 되었네. 너무 많은 일들을 함께 겪어오며 나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 인생에서 내 편이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껴. 네가 날 응원해주는 것처럼 나도 항상 널 응원해!
아마도 경주를 간다고 하면 대릉원과 첨성대는 빼놓지 않고 가장 먼저 가는 코스가 아닐까. 길을 사이에 두고 대릉원과 첨성대는 마주보고 있다. 그 옛날이야 으레 들렀던 수학여행의 코스에 불과했지만,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이 SNS에 대릉원과 첨성대에서 찍은 인생샷을 올리더니 경주를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대부분 대릉원을 산책하며 고분과 고분 사이에 있는 나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첨성대로 향한다.
신라시대에 별을 관측하던 천문관측소였던 첨성대는 경주 야경 1코스로 찾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대릉원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어서 찾기도 어렵지 않고, 요즘은 그 일대를 정말 잘 가꾸어 두어서 볼 것도 많다.
넓은 공터에서 연을 날리는 가족들과 다양한 꽃이 심어진 식물원에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계절마다 첨성대를 지키는 식물들이 달라지는데, 가을에는 핑크뮬리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기도 하다.
대릉원 : 경북 경주시 황남동
첨성대 :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경주의 야경은 동궁과 월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곳은 신라시대 때 태자가 머물렀으며, 특히 동궁과 월지의 임해전은 군신들이 연회나 회의를 하거나 귀빈을 접대했던 곳이기도 하다.
태자가 머물렀던 곳이니 만큼 그 터도 넓고 연못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살피기 좋다. 하지만 조용히 동궁과 월지를 느끼고 싶다면, 아침이나 낮 시간에 찾아올 것을 권한다. 여름의 선선한 밤과 동궁과 월지의 야경에 이끌려 나온 인파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궁과 월지의 야경을 놓칠 수 없다면 사람들이 덜한 평일에 찾는 게 어떨까 싶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오랜만의 여행으로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께 동궁과 월지의 밤은 깊어만 간다.
주소: 경주시 원화로 102 안압지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를 지나다 만나게 되는 월정교. 최근 경주를 대표하는 야경의 성지로 새롭게 떠오르는 곳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졌던 교량으로 조선시대에 유실된 것을 2018년에 복원하면서 경주의 밤을 지키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덕왕 19년에 지어진 것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경주 월성과 남산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늦은 밤이었는데도 그 앞에서 산책하는 사람들과 그 아래 흐르는 문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원하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어우러져 빛나는 월정교는 경주 야행의 마지막 코스로도 손색이 없었으니까.
주소: 경주시 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