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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한 점 하실래요? 치느님은 언제나 옳아요.
프롤로그

치킨 한 점 하실래요? 치느님은 언제나 옳아요.

프롤로그 02

그런 날이 있습니다.
맘처럼 일이 되지 않고,
자꾸 꼬이기만 하는 그런 날.
그날도 종일 인터넷 검색 한 번 못하고
점심까지 거를 정도로
유난히 바쁘고 힘들었던 하루였어요.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으로 집으로 가는데
허한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간절해지더라고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부터 열었는데
아…
식재료를 썩혀 버리는 게 싫어서
아니, 솔직히는
물오른 식욕을 억제하는 게 어려워
원천봉쇄하기 위해 냉장고를 채우지 않은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다행히 네 캔에 만 원이란 말에 이끌려
사둔 맥주를 발견하고는
자연스럽게 배달앱에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지요.

바사삭! 바사삭!
닭다리 하나를 다 먹고 나서야
0.5초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제 앞에는 어느덧
빈 상자만 덩그라니 있을 뿐이네요.
치느님이 제게 오는 순간,
시달리고 들볶여 소진되고
마모돼버린 것 같았던 게
어느새 스르륵~ 사라져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