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처 사업금융부 천현수 사원 가족 천학수 셰프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세계적인 미식가인 브리어 사바랭Brillat-savarin은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도 인류의 행복에 한층 더 공헌한다”라고 했다. 입안의 작은 미뢰가 잡아내는 작은 풍미가 때로는 행복의 전부일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이 말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맛있는 음식’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새삼 실감케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귀했던 예전의 것이 더 귀하게 느껴지는 지금, 프라움레스토랑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천학수 메인셰프를 만나 음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음식의 사전적 뜻은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음식이 품고 있는 함의는 이 설명보다 훨씬 깊고 넓고 높다. 때로는 추억을 불러오고 때로는 사랑을 북돋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에 위치한 프라움레스토랑은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소리 내어 웃고 대화하는 사람들, 테이블 위에 놓인 깨끗이 비운 접시 혹은 포크에 돌돌 말린 먹음직스러운 스파게티, 팔당호를 끼고 있는 탁 트인 풍광과 그림처럼 어우리지는 이 풍경의 중심에는 언제나 천학수 셰프가 있다.
30대 중반이 채 되지 않은,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메인셰프의 책임을 짊어진 천 셰프가 요리를 좋아하게 된 건 꽤나 이타적인 이유에서였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다시마에 밀가루를 입힌 희한한(?) 전을 만들어줬는데 그걸 찹찹찹 너무나 맛있게 먹는 친구의 얼굴이 오래도록 그의 마음에 콕, 박혀 있었던 것.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요식업계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한순간도 칼자루를 놓아본 적이 없는 천학수 셰프는 주방에서만큼은 접근이 어려운, 카리스마가 넘치는 캡틴이다. 싱싱한 식재료, 청결, 위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언급하는 것이 이상할 지경. 셰프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맛’이다.
“음식은 일단 맛있어야 합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게 셰프로서 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목표예요.”
시각적 만족감을 위한 플레이팅 또한 요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천학수 셰프가 언제나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유다.
천학수 셰프의 음식을 향한 완벽주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해외사업처 사업금융부에서 근무하는 천현수 사원이다.
“형은 저와는 다르게 고등학교 때부터 확실한 진로를 계획하고 꿈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에요. 무더운 여름날에 불 앞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한 번의 불평 없이 요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재능을 펼쳐온 형을 늘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천 사원이 형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시절 형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형을 지켜본 탓이다.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보니까 정말 너무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더라고요. 또 당시 형이 제게 굉장히 엄격하게 대했습니다. 주방이다 보니 불이나 부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겠지만 ‘음식’을 절대 허투루 대하지 못하게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이해하기 힘든 일도 많았다. 신선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재료들을 가차 없이 폐기처분하는 것은 물론, 스테이크도 자기 생각처럼 안 구워지면 절대 고객에게 내가지 않았던 것.
잊지 못할 기억은 또 있다. 면접 스터디부터 함께 준비하고 당당히 중부발전에 최종 합격한 동기 2명과 채용 검진을 마치고 형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던 시간이다.
“형 찬스로 서비스도 많이 받고 이것저것 많이 챙김을 받았거든요. 그때 함께 했던 동기들이 지금도 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남자 셋이서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아직도 웃음이 나요.”
음식 속에 담긴 추억과 행복, 형이 전해줬던 입사축하의 마음까지. 그 시간들은 천현수 사원의 마음속에 여전히 녹진한 행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는 가운데 천학수 셰프가 자신이 조리한 요리를 내왔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지글지글 누룽지 파스타와 빠네 크림 파스타다. 보기만 해도 얼큰한 맛이 상상되며 속이 확 풀릴 것 같은 누룽지 파스타를 보면서 천현수 사원이 입맛을 다신다. 매장에서 만든 오징어먹물빵으로 만든 빠네 크림 파스타 역시 화려한 프레이팅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껏 사로잡는다.
간만에 형제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형제답게 어색하고 쑥스러워하지만 동생이 자신의 음식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그리고 “우아~ 진짜 맛있다, 형!”이라고 외치는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는 형의 눈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듯하고 대견하다.
천학수 셰프에게는 꿈이 있다. 자신의 이름 석자로 기억되는 것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주인공이 되어 기억되는 것이다.
“한번 오셨던 분들이 주변 지인들과 함께 꼭 다시 와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리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음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맛으로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천학수 셰프. 그에게 요리란 행복으로 달려가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총총한 징검다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