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발전본부 노무복지부 김무경 차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일을 무려 3년간 해오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할 수 있냐는 물음에 그저 “좋아서”라고 대답하는 이 남자.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힘든 세상에서 뚝심 있게, 꾸준히 해온 이 남자가 문득 궁금하다.
처음엔 역사가 좋아서, 그 다음엔 여행이 좋아서였다. 대학 재직 시절 유흥준 교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알게 되었고 거기에 소개된 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여러 모로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마음 깊이 묻어둔 지 몇 년이 흘러 어느 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완결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둘러 책을 접했다. 이제는 그때와 달리 여유도 생겼겠다, 마음속이 왜인지 꿈틀거렸다. “10권이나 되는 책의 분량을 다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막연했거든요. 우선 1권만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무경 차장은 그렇게 드론과 고프로를 들고 문화유적지를 찾아 산속을 헤매기 시작했다.
이런 말이 있다. ‘시작이 반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반을 실천한 셈이다. 결국 1권만 해보자는 결심은 10권 중 7권까지 이어졌고, 벌써 3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심지어 앞으로의 다짐은 남은 3권 속 문화유적지를 모두 다녀오는 것이다. 10권이나 되는 책을 할 수 없겠다고 고개를 저었던 과거의 김무경 차장은 어디 가고 도전 정신이 투철한 김무경 차장만이 남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저는 역사가 좋습니다. 여행도 좋아하고요. 또 드론도 좋아하죠. 좋아하는 세 박자가 이뤄져서 계속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누구나 용감해진다. 그 진심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죽지랑티비문화유산답사채널’에 104개를 업로드한 그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이었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여기에 김무경 차장은 단박에 ‘보령 성주사지’라고 입을 열었다. “단순히 장소가 보령이어서가 아니라, 시내에서 조금만 차를 타고 이동하면 교과서에 기록될 정도로 유명했던 유서 깊은 불교 유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더구나 선불교의 중심지였던 ‘구산선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는 ‘성주산문’의 이름에 걸맞은 넓은 공간과 그 위에 남아 있는 국보와 여러 보물들은 책에 나온 표현대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폐사지’라는 별명에 걸맞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안타까운 곳으로는 울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를 꼽았다. 선사시대 조상들이 남긴 고래 그림으로 특히 유명한 장소지만 물에 잠기는 때가 많아 보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 외에도 우리는 흔히 문화유산의 도시로 ‘경주’를 꼽지만 김무경 차장은 ‘공주’와 ‘익산’ 그리고 ‘부여’를 꼽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백제의 옛 도시라는 점이다. 특히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간단하지만 함축적인 표현은 ‘정림사지’를 비롯한 여러 절터와 석탑들을 보면 절로 튀어나올 감탄사다.
여행을 다니면서 성격도 조금 변했다. “계획을 하면서 다니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훌쩍 떠나는 여행을 선호했었는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직장에 다니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주말에 일정을 잡고 조금 촉박하게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때로는 바쁜 일이 생겨 계획된 날짜에 촬영을 마치지 못하거나, 날씨 등 다른 예기치 못한 사유로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드론 영상을 찍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 이후부터 김무경 차장은 답사 여행을 위해 방문 계획을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예상 가능한 문제들을 미리 확인하며 이동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 결국 좀 더 꼼꼼한 성격으로 변하게 된 것.
여행에 아쉬운 점도 당연 있다. 혼자는 먹방 테마가 어렵다는 점이다. 안동 같은 경우 간고등어는 2인분 이상부터인데 혼자 다니다 보니 그냥 고등어를 먹어야 했던 점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서 말했듯 남은 편도 무사히 찍을 예정인 김무경 차장.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 같으며 그중에서도 옛 문화재들이 기다리는 답사를 추천한다는 그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