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매력을 알아채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보고, 자주 보아야 그 사람의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잠깐 스쳐 지나가면 그저 그런 풍경 중 하나일 뿐. 자욱한 안개가 걷히기까지 오래도록 바라보고, 머물렀더니 자라섬의 진짜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자라섬이 특별한 이유는?
여행을 떠났던 2017년 그때는 여자친구였지만, 지금은 저의 동반자가 된 아내와 함께 갔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았던 기억은?
음악을 즐기는 저의 취미생활을 아내와 공유하고 싶어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자라섬페스티벌에 참여했어요. 비도 오고 안개가 자욱이 깔린 상태에서 야외공연을 봤는데 분위기가 정말 최고였죠. 북한강의 아름다운 운치, 환상적인 공연,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여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함께 했던, 아내에게 한마디?
코로나19로 그때처럼 자주 여행을 못가서 아쉬웠지? 내년에는 예쁜 아기랑 셋이 좋았던 기억이 많은 자라섬에도 다시 가보고, 함께 즐길 날을 자주 만들자! 사랑해!
빌딩숲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떠나는 상상, 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먼 자연 속으로 가기 어렵다면 인근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는 꽤 괜찮은 자연 쉼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가평 자라섬이 그 대표적인 곳이다. 보통 서울에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섬을 떠올리면 남이섬을 떠올리기 쉬운데,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남이섬과는 또 다른 매력의 자라섬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1 일원. 자라섬은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에 생긴 섬이다. 남이섬과는 직선거리로 800m 정도에 위치해 있고, ‘자라처럼 생긴 언덕’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 하여 자라섬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름값을 하듯, 자라섬으로 향하는 다리에는 자라 모양의 조각이 놓여 있는데, 작고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요즘처럼 날씨가 춥지 않은 때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주말에 이곳을 찾을 예정이라면 일찍이 출발할 것을 권한다. 여유있게 출발한다면, 도로에 줄을 선 차들로 오고가는 길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자라섬을 꽤 잘 아는 사람들은 자라섬에 도착해서 시간을 허비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다르다. 고수부지, 서도, 중도, 남도 4개로 나누어진 탓에 어느 곳으로 목적지를 잡아야 할지 헤매기 일쑤.
어려워하지 말고 알아두자. 산책을 원한다면 중도를, 자연 속을 좀 더 거닐고 싶다면 남도를, 캠핑과 수영 등을 즐기고 싶다면 고수부지&서도를 선택할 것.
보통은 남도부터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남도에는 만남의 광장, 소나무숲길, 구절초 군락지, 호수정원 등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 남도를 찾으니 사방에 안개가 자욱해 남도를 찾는 이유를 잘 몰랐다. 하지만, 해가 뜨고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북한강 주변의 경치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니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동양화 그림 한 폭을 담아 놓은 듯한 빼어난 경치는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니까. 늦가을에 찾아서 형형색색의 꽃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잔잔한 남도의 경치 덕분에 위안이 되었다.
가족끼리 조용히 북한강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다른 곳은 뒤로하고 고수부지&서도로 가보자. 이맘때면 바닥을 가득 수놓은 낙엽만으로도 가을 감성이 깃든 캠핑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섬을 키운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누적 관객수가 약23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꼭 즐겨야 하는 축제로 이름나있다. 1년에 단 3일, 짧은 기간 열림에도 불구하고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라고. 스윙, 퓨전, 보사노바, 비밥, 월드 뮤직 등 고퀄리티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고, 국내외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이맘때쯤의 자라섬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재즈라는 문화콘텐츠에 가평의 자연환경까지 더해지니, 이 페스티벌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환상적인 가평의 자연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그간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충분한 위로가 될 것이다.
자라섬 투어만으로도 아쉽다면, 가평의 또 다른 볼거리 쁘띠프랑스에 들러보자. 가평 안의 작은 프랑스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건물들이 언덕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지중해 연안의 마을 같기도 하다. 이런 모습 때문에 쁘띠프랑스는 지어지던 당시부터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프랑스풍 건물에서 숙박을 하며 프랑스의 의식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데, 좀 더 오래 이곳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가을 산책길, 프랑스 전통가옥, 작은 에펠탑 등 포토존도 많아서 친구끼리, 가족끼리, 연인끼리 자주 찾는다고. 특히 올해 개관한 이탈리아 마을도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쁘띠프랑스로 발길을 할 것 같다.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이곳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