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지 않았을까.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대지에 아름다운 들꽃들이 넘실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에서라면 가능할지도.
산과 들, 바다, 하늘 어느 곳을 봐도 아름답다는 계절, 5월. 그래서 사람들은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나 보다. 자연이 제멋을 뽐내는 이때. 사람들은 이 자연에 흠뻑 취해 산으로 바다로 떠나기 바쁘다.
바다는 좀 뻔하고, 산은 큰마음을 먹어야 하고…. 어디로 떠날지 고민된다면, 망설임 없이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을 추천한다.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충남 예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오기도 좋다.
이름만 듣는다면 ‘뭐 하는 곳이지?’ 의문이 드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은, 말 그대로 목장이다.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땅을 뜻하는 ‘Land’를 조합해 ‘Agroland’라고 이름 붙여졌다. 한국 낙농업의 태동기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 2004년부터는 ‘낙농체험목장’ 인증을 받아 젖소와 가축, 목장 체험이 가능하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어린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자연에서 뛰놀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삼아, 여행 삼아 방문하기 좋기 때문.
실제로 코로나19도 점차 소강되어 가고, 집에만 있었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실내에만 있었다면, 아쉬웠을 만큼 날씨가 좋았던 날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을 찾았다. 찾기 전, 어느 정도의 나이를 먹은 입장에서는 ‘목장에서 뭘 하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동물을 봐도 별 감흥은 없고, 체험하기에는 ‘어린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닌가?’ 싶었으니까. 그만큼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입구를 지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체험장 쪽으로 향했다. 우유 짜기, 건초주기, 치즈 만들기 등 평소라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체험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축사 안의 가축들이 신기하기만 한지, 두려움 없이 동물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아이들을 한참 바라보는 것으로 체험을 한 셈 치고, 발길을 돌렸다. 넓디넓은 목장을 다 돌아보려거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체험장을 지나면 승마장, 타조 방목지, 조각공원 등이 나온다. 중간에 자리한 환경조각공원과 나무놀이터는 다양한 동물 체험을 마친 아이들이 맘껏 뛰놀기에 좋은 곳이다.
너무 넓어 걷기 힘든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깡통열차와 트랙터열차를 타보는 건 어떨까. 편하고 재미있게 목장 관람을 할 수 있다.
목장의 초입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안쪽은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벚나무길부터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펼쳐진 초록빛 대지는 청춘을 비롯한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귀에서 멀어져 갈 때쯤, 웨딩가든과 야생화정원이 나오는데 이토록 좋은 날,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백년해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메타세쿼이아 숲길, 느티나무 숲길은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느끼기 좋고, 느티나무 테라스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숲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기에 좋다.
아마도 이곳이 이맘때 특히 많은 사람이 찾는 제주도였다면, 이런 여유로움은 누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목장 구석구석을 걸어보고, 확실해진 것도 있다. 제주의 어느 숲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의 매력을 지닌 곳이라는 것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겠지’ 생각했던 게 머쓱해질 정도로.
초록빛 대지를 양껏 누리고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길. 그 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단연 ‘측백나무 미로’다. 측백나무 사이로 미로처럼 나 있는 길을 걸으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이 난다. 길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인지, 이상하게 그쪽을 걷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찾게 되거든 그 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비로우면서도 조용한데, 아름답기까지 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기 때문이다.
측백나무 미로를 빠져나와 벚꽃길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출구가 나온다. 그저 조그마한 테마파크인 줄로만 알았던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구석구석 다 돌아보고 나오니 당분간은 계속 생각이 날 것 같다. 이 계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을 테니까.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
목장이니만큼 ‘소’와 관련된 체험이 빠지면 섭섭하다. 송아지는 사람을 해치는 경우가 없어 어린이들이 다가가도 위협적이지 않다.
건초주기 체험
소는 사료도 먹지만 건초를 먹기도 한다. 건초주기 체험은 간단하다. 여름철 말려둔 건초를 바구니에 담아 소 입에 갖다 대면 끝.
트랙터타고 초지체험
요즘 아이들에게 ‘트랙터’는 참으로 낯선 자동차가 아닐까.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에서는 낯선 트랙터를 타고 초원을 누빌 수 있다.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몽2길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