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입 벌려~
제주의 맛, 들어간다!

제아무리 좋은 제주살이라고 할지라도 의지할 동료가 없다면 외로운 법이다. 전은호 주임이 제주 라이프를 더욱 재미있게, 힘나게 해준 친구이자 동료이기도 한 한전KPS 이기섭 주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제주의 향기를 물씬 담은 세상 맛있는 요리에 우정이라는 반찬까지 곁들인 특급 밥상으로! 이 우정, 이 도시락 너무 부럽잖아~!

세상에, 맛남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장소. 제주쿠킹스튜디오 식탐

From.

제주발전본부 제2발전소 계전기술부 전은호 주임

To.

한전KPS 제주사업소 이기섭 주임

밥상은 내가 차릴게 넌 감동만 하면 됨

인천에서 나고 자란 전은호 주임은 한국중부발전에 입사하면서 제주로 오게 되었다. “처음에 제주발전본부로 발령을 받았을 때는 울면서 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인천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만족합니다. 제주가 정말 좋아요!” 전은호 주임이 앞치마를 두르면서 말했다.
그가 앞치마를 두른 이유는? 제주살이를 더욱 만족스럽게 해준 동료이자 친구를 위해서다. “기섭이는 제가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친구예요. 회사는 다르지만, 협력사라서 업무를 할 때마다 만나는데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업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전은호 주임은 자기 시간까지 할애하며 업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준 이기섭 주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뭐 특별한 게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사보를 보게 되었고, 마침 이거다 싶어 기회를 덥석 물었다고 한다.
“요리에 정말 소질이 없는 편인데요. 친구에게 한 번 먹여보고 맛이 좋다고 하면 취미로 요리를 해볼까 해요! ㅋㅋㅋ 맛있어야 할 텐데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제가 셰프가 될 상인가요?

전은호 주임이 만들 요리는 소고기 편채와 한치 순대다. 소고기 편채는 만들기도 쉽고 모양도 그럴싸한 데다가 맛도 좋아 손님맞이 요리로도 인기라고. 게다가 한치 순대는 제주에서 주로 먹는 별미로 오징어 순대보다 부드럽고 든든한 게 특징이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채소부터 썰기 시작한 전은호 주임은 생각보다 탁월한 칼질을 뽐내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 “요리를 잘 못한다고 해서 칼질도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아닌데요? 합격이에요!” 선생님의 격려에 전은호 주임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칼질에 이어 소고기 부치기까지 척척 해냈다. “하다 보니까 정말 재밌어요. 선생님께서 칭찬을 해주시니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은호 주임의 말에 선생님은 “얼굴도 복장도 어쩐지 셰프 느낌이 나더라니, 완성될 요리가 기대됩니다”라며 특급 칭찬을 했다.
칭찬과 웃음이 오가는 사이 소고기 편채를 뚝딱 만들어낸 전은호 주임.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 게 믿기지 않은 듯 첫 번째 요리를 사진에 담으며 웃어 보였다.

잘 썰어줘~ 잘 말아줘~
소고기 편채

1. 양파, 파프리카는 곱게 채 썰고 물기를 뺀다.

2. 소고기에 습식 찹쌀가루를 묻힌다.
*튀김가루나 밀가루도 좋지만, 습식 찹쌀가루는 더욱 쫀득한 식감을 살려준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찹쌀가루를 묻힌 소고기를 노릇하게 굽는다.

4. 구운 소고기를 펼쳐 채를 썬 채소를 넣고 돌돌 말아준다.
*김밥을 말듯 채소를 끝부분에 올리고 말아야 쉽게 말린다.

5. 속이 보이도록 어슷하게 썰어 담는다.

오늘 먹을 도시락, 내일로 왜 미뤄?

두 번째 요리는 도시락의 밥 역할을 해줄 한치 순대다. 찹쌀밥과 볶은 채소를 한치에 넣고 이쑤시개로 아래쪽을 봉한 후, 찜기에 찌면 완성되는 요리다. 요리 선생님이 인정한 셰프상 전은호 주임은 요리 신이 내렸는지 이마저도 완벽하게 해냈다.
“하하. 저 요리에 소질 있나 봐요. 농담이고, 선생님이 잘 이끌어 주신 덕분에 재미있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완성된 요리를 예쁘게 담을 차례다. “선물할 거니 예쁘고 의미 있는 곳에 담아야겠죠?” 라며 요리 선생님이 차롱을 꺼냈다. 차롱은 음식을 나눌 때 이용하는 도시락 형태의 대나무 그릇으로, 제주 지역에서만 사용한다. “이 차롱을 만드는 명인 분께서 작고하셔서 정말 귀해요. 귀한 그릇에 담아서 받는 분이 맛있게 요리를 먹었으면 좋겠네요.”
전은호 주임은 요리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귀한 차롱에 감탄하며 정성스레 요리를 담았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들고, 이기섭 주임에게 향할 준비를 마쳤다.
“기섭이가 때마침 점심시간인데 그 전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친구야, 조금만 기다려!! 도시락이 간다!!”

슬기로운 제주살이는 계속된다

전은호 주임의 특급 이벤트를 돕는 걸까. 전날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씨가 유난히도 맑았던 날, 이기섭 주임이 제주발전본부 앞 삼양해수욕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친구를 발견하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ㅋㅋㅋㅋ 이게 뭐야.” 친구의 웃음에 전은호 주임도 덩달아 웃어 보인다. “뭐긴 뭐야 도시락이지!” 그리고 도시락을 손수 열어줬다.

“은호가 휴가 쓰지 말고 꼭 회사에 있으라고 하더니, 이런 걸 준비했을 줄 몰랐네요. 게다가 중부발전 사보에도 나온다니…!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요리를 맛본 이기섭 주임이 맛에 감동하며 말했다. “흔한 요리도 아니고 이렇게 평소에는 먹기 힘든 요리를 해줘서 고맙네요. 은호가 저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제주에 온 지 1년도 안 된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일을 할 때 너무 편해요.” 친구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던 전은호 주임이 한마디 보탰다. “내가 다 한 거야! 맛있게 다 먹어~!” 유쾌한 친구의 한마디에 이기섭 주임은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낯선 제주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취미도 공유한 게 벌써 1년이다. 그동안의 시간에 오늘까지 보태진다면 두 사람의 제주살이는 도시락만큼이나 풍요롭고 깊어지겠지. 서로가 있어 외로울 틈이 없는 슬기로운 제주 생활 이어나 가기를! 제주 앞바다만큼이나 푸르고 아름다운 두 청춘의 시간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