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기 청년이사 추진 이벤트 옛 동료와의 재회, ‘그해 우리는’

보령발전본부
제1발전소의 추억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

1983년 12월 준공돼 2020년 12월까지 불을 밝히며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 온 보령발전본부 제1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무수한 역사를 써 내려간 이곳에는 강한 연대와 팀워크를 바탕으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됐던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성장한 추억의 장소에서 ‘전직 제1발전소’ 구성원들이 다시 만나 추억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스릴 넘치는 게임을 하며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그해 우리는

글. 한율 사진. 조병우

<기획 의도>

본 이벤트는 한국중부발전의 대표적 사내 혁신조직인 제11기 청년이사에서 추진하였으며
과거 함께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에게 추억을 회상하고, 근황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조직 화합을 도모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참여 직원들의 인터뷰는 청년이사 2인이 진행하였으며, 현재 보령 제1발전소는 폐지되었지만 직원들의 가슴에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걸 보면서 옛 동료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했던 기억과 소중한 추억 속으로!

보령발전본부 제1발전소를 마주한 중부인들의 눈빛이 빛났다. 자신이 근무했던 현장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아주 오랜만에 왔는데도 모든 곳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다시 와서 일하라고 하면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보령발전본부 환경관리부 강병주 주임의 말에 모두가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다. 후배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보령발전본부 제2발전소 터빈기술부 채점석 부장이 제1발전소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의미를 전했다.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순수 우리 기술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발전소이자 우리 기술력만으로 화력발전소의 운영 기술을 전파한 ‘못자리 발전소’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거쳐간 인재들이 현재 여러 발전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여기서 근무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제1발전소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하여 2020년 12월에 조기 폐지되었다.
가족처럼 지내던 동료들과 헤어져야 하고, 추억이 담겨있는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발전환경처 발전운영실 강산애 주임은 “고향이 없어진 듯한 기분이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서천발전본부로 시운전을 하러 갔을 때 폐지 소식을 접했어요. 마음이 헛헛하더라고요. 언제든 생각나면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갈 곳이 없어진 것 같아 슬픈 마음이 컸어요. 열아홉 살에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제게 제1발전소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직원들의 마음이 하나둘 모여서 모임이 만들어졌다. 함께 근무했던 추억을 나누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1발전소만의 DNA로 하나됐던 우리

제1발전소는 단합과 단결의 상징이었다. 직원들은 발전소 설비 운영 중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합심하여 해결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 서로의 지혜와 힘을 모았다. 채점석 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석탄화력발전소 중에서 제일 많이 고생했던 게 보령발전본부 제1발전소 1·2호기였습니다. 설비가 노후화됐고 자동화도 덜 돼 있어서 운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여느 발전소 못지않게 설비 신뢰도가 높았고 고장이나 정지율이 낮았습니다. 이는 근무자들의 노력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초기에는 내부 경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해 S등급, A등급의 우수한 성적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전 구성원들이 합심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래서일까. 타 발전소에 비해 직원 수가 비교적 적음에도 불구하고 초급 간부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였다. 구성원들은 이를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겼고, 덕분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다.

해마다 협력사 직원들까지 다 함께 모여 체육대회로 화합을 다지기도 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하는 ‘송년의 밤’을 통해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발전환경처 기술기획부 유신호 차장은 “제1발전소만의 DNA가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에서의 하나된 팀워크와 끈끈한 유대관계는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선배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의 DNA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는 조직의 긍정적 분위기와 직원 간의 협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DNA가 선배들로부터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발전소여서 감성의 장소이기도 했다. 해질 무렵에는 황홀한 노을에 반하고 마는 노을 맛집이었고, 밤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시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경 맛집이었다. 여기 모인 이들이 그때를 그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령화력 1, 2호기 전경
보령화력 1, 2호기 성능개선 및 수명연장공사 준공식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다

한때 전력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석탄화력발전소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단계적 폐지를 앞둔 상황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도 발전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날들이 오게 될 것이다. 보령발전본부 연료기술부 강대한 주임은 “입사 후 교대 근무를 오랫동안 하다가 폐지 전에 기계기술부에서 감독 업무를 했습니다. 그 경험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됐어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신보령발전본부 전기기술부 서경민 주임도 마음을 담은 말을 보탰다.
“근무하던 장소가 사라져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을 때 상실감과 그리움이 컸습니다. 지나고 보니 ‘직원들과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 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어서 채점석 부장이 마음에 품고 있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폐지 당시 코로나19 탓에 공식적인 작별 행사를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선후배, 동료들과 아쉬움을 나누고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가 있었으면 합니다. 동료들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채점석 부장의 말을 들은 구성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박수를 쳤다. 그리고 “꼭 그날이 오길 바란다”며 가까운 미래를 기약했다. 그러자 모두의 얼굴에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꽃이 만발했다. 인터뷰와 촬영을 마친 ‘전직 제1발전소’ 구성원들은 실내 서바이벌장으로 이동해 두 팀으로 나눠 스릴 넘치는 게임을 하며 추억으로 남길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덕분에 이들 추억은 더 견고해졌다.

MINI INTERVIEW

1발 체육대회가 끝나면 다 같이 고기를 굽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어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때 만난 소중한 인연과 추억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우리 자주 만나요!

열아홉 살에서 스무 살로 넘어가는 12월 31일에 발전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보냈습니다. 성년의 날에는 케이크와 간식거리를 준비해주시고, 선물도 주시면서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셨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