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화력본부 제3발전소 기계기술팀 (당시 명칭)

타임캡슐을 타고 그때로~
응답하라 2015! 반가워라 우리의 추억!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10년 전 일기를 함께 꺼내 보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멀리 창원에서, 세종에서, 심지어 비행기 타고 제주에서 ‘보령화력본부 제3발전소 기계기술팀’ 멤버들이 오고 있다. 이날이 정말로 올 줄이야! 옛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이처럼 설렌다.

코미 코어

글. 윤진아 사진. 조병우

(왼쪽 위부터) 신서천발전본부 황도선, 제주발전본부 변찬수, 세종발전본부 신운호, 보령발전본부 임승관, 보령발전본부 이인수, KOMIPO 기술연구원 황재건, 인천발전본부 정찬성, 세종발전본부 김의원, 보령발전본부 이기영 세종발전본부 권순호, 보령발전본부 서보미, 보령발전본부 이기영, 본사 전원개발처 조중민, 함안복합건설소 한상범, 인천발전본부 유승훈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아이고~ 내 도가니! 그때 난 왜 하필 이 자세로 찍은 거야?”, “연식 티 내지 말고 태연하게 버텨!” 오래전 타임캡슐을 묻으며 찍었던 기념사진을 재현하는 내내 여기저기서 온갖 비명이 속출한다. 오늘은 10년 전 보령화력본부 제3발전소 기계기술팀(이하 기계기술팀)에서 함께 일했던 팀원들의 홈커밍데이!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자 ‘영원한 황금막내’ 서보미 차장이 신청한 이벤트다. “신입사원이었던 제가 어느덧 그때 선배님들의 연차가 되었어요. 우리 팀워크가 좀 대단했죠. 모난 사람 없이 서로 돕고 살뜰하게 챙기며 매월 산으로, 들로, 영화관으로, 야구장으로 신나게 뭉쳐 다녔어요. 이제는 여러 사업소로 흩어져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그때처럼 모두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감격의 해후가 이어진다. 못 보던 새 흰머리가 생겼다며 서로의 매무새를 점검하는 손길에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자고로 가족 모임엔 잔소리가 ‘국룰’이다. 세종에서 일찌감치 와 있던 신운호 부장이 인천에서 막 도착한 정찬성 과장을 보자마자 “왜 이리 늙었어!”라며 정겨운 타박을 건넨다. 창원에서 온 한상범 차장을 맞이한 이인수 차장도 “그땐 ‘미대 오빠’ 스타일이었는데, 세월이 야속해~”라고 인사했다. 인천에서 온 유승훈 대리는 “2018년에 보령을 떠나왔으니 시간이 꽤 흘렀는데, 옛 동료들과 마주하니 10년 전과 똑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세종발전본부에서 온 김의원 과장은 “당시 멤버 17명 중 베트남에 파견 나간 문경태 차장님, 퇴임하신 문희석 선배님만 빼고는 다 모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응답하라! 기계기술팀

전국 팔도로 흩어진 와중에 홀로 기계기술팀을 지켜온 이도 있다. 이인수 차장은 “지키느라 욕봤다!”고 포효하며 “당시 임승관 부장님이 소통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하셨는데, 사명감을 갖고 기계기술팀 전통으로 이어왔다”고 귀띔했다. 신운호 부장은 10년 전 자료들을 살뜰히 챙겨왔다. 다 같이 나눠 가졌던 앨범은 하도 많이 꺼내봐서 손때가 많이 탔단다. “당시 저는 터빈차장, 인수는 까마득한 대리였는데 이제는 그때 제 역할을 맡고 있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네요.”
아이처럼 신나는 얼굴로 커피 배달을 자처한 멤버들 뒤로 임승관 본부장이 등장하자, 이인수 차장이 한달음에 달려가 “와~ 한번 안아줘요!” 두 팔을 활짝 벌린다. 당시 기계기술팀장을 맡았던 임승관 본부장은 오는 내내 설레는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과연 10년 뒤 이 좋은 멤버들과 다시 모여 추억을 나눌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타임캡슐에 조직도를 넣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설비 고장이 잦아 고생도 많았고, 사기를 올리고자 줄기차게 ‘행복 대화’를 나누며 참 재밌게 지냈어요. 가슴속에 늘 자랑스럽게 품고 있던 우리 기계기술팀에게 꼭 전할 말이 있어요. 당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거라고요!”
동고동락했던 기억을 새기고 훗날 모두 함께 만나 좋았던 시절을 꺼내보자는 꿈은 현실이 됐다. 반가운 해후에 이어 드디어 타임캡슐 개봉박두! 꼬깃하게 접힌 종이 속 10년 전 내 글씨가 반갑고도 뭉클하다. 당시 맨 마지막으로 소원종이를 넣었다는 신운호 부장이 “그 긴박한 순간에 참 많이도 썼네!”라며 자신의 소원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시 구절과 함께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여러분 모두 봄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는 옛 동료의 진심 어린 응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인수 차장의 글은 모두를 웃게 했다. “다들 10년 후의 모습이 궁금하네~ 기영이는 머리숱이 남아 있을까? 우리 팀에서 제일 무거운 정찬성, 10년 후에는 바싹 말라 있기를 기대하고, 체육부장 문경태는 운동 꾸준히 하고 있겠지? 보미는 결혼했을까? 막내 머슴아이 황도선, 이제는 업무에 베테랑이 되어 있을 거야. 10년 후 이 글을 보는 순간 부끄럽지 않게 다들 최선을 다하자!”
봄·여름·가을·겨울이 열 번 지나고 강산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우리’에 대한 믿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제주에서 날아온 변찬수 차장은 “다시 10년 후의 소망을 묻는다면, 10년 후에도 이 멤버가 다시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눈물이 핑 돌 만큼 웃으며 나눈 추억만큼, ‘명예 기계기술팀’은 가슴에 뜨거운 에너지를 채웠다.

2015년 기계기술팀이 함께 묻었던 타임캡슐
기계기술팀은 10년 후에도 이 멤버 이대로 다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자리에 함께한 보령발전본부 동료들은 커피 한 잔과 간식을 곁들이며 옛 기계기술팀의 추억에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