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좋은 점은 희미했던 추억을 선명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최서희 주임이 오래된 사진첩 속 잊고 지냈던 사진 하나를 꺼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진 속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다시 아빠와 함께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남겨보려 한다.
세상에, 맛남
글. 최선주 사진. 안지섭 촬영협조. 푸드란쿠킹클래스
“우연히 사보에서 부녀·부자지간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어요. 그걸 보고 저도 앨범을 봤는데, 아빠가 주로 사진을 찍어줘서 그런지 아빠랑 단둘이 찍은 사진이 거의 없더라고요. 겨우 찾은 게 동생 낳으러 간 엄마 대신 아빠와 함께 운동회에 참가한 사진이네요.”
최서희 주임은 올해 4월부터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는 아빠에게 깜짝선물도 전하고, 앨범의 한 페이지를 채울 의미 있는 사진을 남겨보고자 부족한 요리 솜씨에도 불구하고 앞치마를 둘렀다. 그녀가 오늘 선보이게 될 요리는 닭다리살달걀덮밥, 모닝빵버거, 멕시칸 샐러드다.
“아빠가 30년 넘게 중부발전을 다니면서 저희 세 자매를 잘 길러주셨거든요. 생각해 보니 아빠랑 단둘이 밥 먹은 기억도 거의 없더라고요. 예전에 어쩌다가 샌드위치를 싸 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맛있게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뚝딱뚝딱 최 家네 야무진 둘째 딸답게 망설임 없이 채소를 다듬고, 패티를 굽는 최서희 주임. 그녀는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아빠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아빠가 제가 입사하고 나서 주변 동료분들에게 ‘우리 딸도 중부발전 다녀!’라며 자랑을 많이 하셨대요. 어쩐지 입사하고 나니 저를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티를 안 내셔서 그렇게 자랑하고 다녔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 그러면서도 최서희 주임은 “오가며 회사 분들을 만날 때마다 ‘최병관 과장님이 정말 좋은 분이셔~’라고 말씀해주셔서 자랑스러웠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이어오신 아빠 덕분에, 최서희 주임은 그 누구보다도 중부발전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단다. 아빠가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기 전에 꼭 1년이라도 같이 근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중부발전에 입사할 수 있었다.
“1차 면접 당시에 면접을 못 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발표날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아빠한테 바로 전화를 드렸거든요. 전화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아빠가 합격 발표 직전부터 비상구 계단에서 긴장하며 기다리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최서희 주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신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에 더 열심히, 더 멋지게 직장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둘째 딸 표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이 완성됐다. 최서희 주임은 도시락을 차곡차곡 싸 들고, 아빠가 있는 신보령발전본부로 향했다.
“얼마 전에 오늘 약속이 있냐는 둥, 휴가를 쓰냐는 둥 평소랑은 다르게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사실은 사보에서 아빠한테 요리해 주는 코너에 신청했어’라고 그제야 말해주더군요. 원래는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딸하고 같이 나온다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딸을 마주한 아빠 최병관 과장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동안 회사에서 부녀, 부자지간 직원들을 볼 때마다 내심 부러웠다”라며 진심을 드러냈다.
막상 아빠와 둘이 밥을 먹는 자리가 마련되니 딸은 어색한지 앨범에서 찾은 사진을 아빠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빠는 도시락을 받았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아이고, 이걸 어디서 찾았대. 이게 얘 운동회 때 엄마랑 함께하는 경기였는데, 아내가 임신해서 제가 참여했어요. 원래는 지인이 엄마 대신해서 같이해주기로 했는데, 서희가 고집을 부리면서 아빠랑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만 아빠라서 창피하기는 했지만, 딸이 신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좋더라고요. 지금 보니 정말 귀엽고 예쁘네요.”
부녀의 시선이 오래된 사진에 한참을 머물렀다. 이제 부녀가 가는 길은 조금 다른 방향일 테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변함없지 않을까. 고단한 순간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에 함께 웃을 수 있는 든든한 존재로 옆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오늘이 부녀의 사진첩에 또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길, 훗날 이 순간을 보고 또 한 번 웃어보기를! 부녀의 최신판 추억 <중부가족>에 저장 완료!
1. 토마토를 썰고, 채소는 다듬는다.
2. 패티를 양념하고, 골고루 버무린다.
3. 양념된 패티를 얇게 펴서 구워낸다.
4. 썰어둔 모닝 빵에 상추 > 패티 > 치즈 > 토마토 순으로 넣고 빵을 덮어 고정시키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