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이 말하길 가족은 ‘기적’이라고 했다.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수많은 확률을 뛰어넘고 단단한 연을 맺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기적이 된 세 식구가 귀여운 도시락 만들기에 도전했다.
사부작사부작, 오손도손 손길과 정성을 더해 완성한 도시락으로 봄날의 피크닉을 즐겼다.
세상에, 맛남
글. 김은호 사진. 정우철
날씨마저 완벽한 어느 봄날, 세 식구의 피크닉 도시락 만들기가 시작됐다. “엄마가 요리할 때 함께하는 거 좋아해요.” 여섯 살 서진이는 익숙한 듯 엄마 옆에 자리 잡았다. 오늘 가족이 완성할 ‘맛남’은 캐릭터 요소를
더해 아기자기한 매력이 돋보이는 3단 도시락이다.
신민경 차장도 요리에 앞서 “가족이 함께 요리하면 아이 정서에도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올해 봄나들이를 하지 못해서 그런지 피크닉이 기대돼요.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는데, 오늘의 맑은 하늘과 따뜻한 봄기운을
만끽하며 즐기고 싶습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곰돌이 유부초밥 만들기를 시작한다. 평범한 유부초밥에 눈 코 입만 붙여도 귀여움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제 유부 주머니에 밥을 채우고 김을 활용해 곰돌이 얼굴을 만들 차례. “저번에 엄마랑 해봤지?”
평소 신민경 차장이 저녁을 준비할 때 엄마를 도와주고 심부름도 곧잘 하던 서진이가 실력을 발휘한다. 엄마를 따라 작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붙이니, 금세 방긋 웃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다음은 문어 모양의 소시지를
만든다. “문어 다리는 8개인데 문어 소시지 다리는 왜 5개예요?” 호기심 어린 질문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세 식구가 조리대 앞에 함께 있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도 김밥, 피자, 볶음밥 등을 같이 조리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 평소 고기 굽기를 담당하는 김주성 차장이 계란말이에 도전한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완성한 계란말이를 식구들에게 먹여주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이 포착된다.
세 식구는 서로에게 표현을 잘하고, 대화를 자주 나누는 가족이기도 하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며 소소한 일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가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식판 전·후 사진을 보내주는데요. 서진이가 식판 위에서 손 하트를 하곤 해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바쁜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요. 지난 연말, 어린이집 축제에서 가족 장기자랑을 한 적이 있는데요. 핸드벨로 ‘징글벨’ 연주를 함께한 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어요.”
추억을 나누는 사이 상큼하고 어여쁜 과일까지 담자 3단 도시락이 완성됐다. “재밌고 신났어요! 눈 코 입 붙이는 것도 정말 즐거웠어요!” 서진이 말처럼 엄마, 아빠도 행복하긴 마찬가지. 10년 연애 끝에 가정을
꾸린 두 사람은 서진이라는 세상 가장 특별한 보물과 함께하는 지금이 새삼 행복하게 다가온다.
“저희는 서로 반대 성향을 지녔는데요. ISTJ 남편과 ENFP 아내가 만난 케이스입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아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끔 이끌어요. 우리 가족의 동력이 된달까요. 매번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아내에게 감사하죠”라는 김주성 차장의 말에 신민경 차장이 화답한다. “남편은 세심하고 계획적인 성향입니다. 제가 일을 벌이면 남편이 수습하는 편이에요(웃음). 특히 서진이에게 설명을 잘해주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서진이도 표현력이 잘 발달한 것 같아요. 늘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준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완성된 도시락을 들고 올림픽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찰나이기 때문일 터. 지금, 이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풍경 속에서 피크닉 한 상을 차렸다. 청량한 하늘 아래, 벚꽃잎이
흐드러진 길목이 그저 아름답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걷고, 비눗방울로 낭만적인 봄날을 즐기는 서진이. “날마다 오늘 같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행복을 한껏 표현한다. 모든 풍경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동화 같은 봄날, 가족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요즘에는 세 식구가 함께 테니스를 배우고 있어요. 다음에는 악기도 함께 배우고 싶습니다. 하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 합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더 깊이 교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처럼, 언제나 어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 서진이가 꿈이 많은데요. 탐정, 경찰, 화가를 꿈꾸는 서진이가 스스로
행복한 여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려고요.”
가족이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라인업’이다. 올봄 피크닉을 통해 서로에게 흡수한 기분 좋은 에너지를 기억하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새록새록 늘어나는 꿈을 보듬으며 함께할 이들의 인생 여정이 늘 아름답고
따뜻하길 바란다.
1. 밥에 조미액을 넣고 고루 섞어준다.
2. 유부 주머니에 밥을 채운다.
3. 밥이 위로 향하게 도시락에 담는다.
4. 김을 눈, 코, 입 모양으로 만들어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