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곡물을 파는 가게라고? 카페인가? 그런데 교육도 하고 워크숍도 연다고? 처음 ‘곡물집’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물음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준 주인공은 바로 ‘어콜렉티브’의 김현정 대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곡물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 다른 이들 역시 곡물을 소중히 여기도록 이끄는 그녀의 노력들, 어찌 대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생을 꿈꾸며
글. 정소영 사진. 박미나
김현정 대표는 누구나 아는 기업의 브랜드 MD였다. 바쁘고 치열한 일상을 살던 중, 문득 삶의 전환이 필요했던 그녀는 서울을 떠나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오랫동안 품어왔던 식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토종
곡물을 재배하는 농부를 만났고, 이 경험으로 ‘곡물집’ 브랜드를 구체화 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토종 곡물의 가치를 경쾌하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2020년 8월에 공주 봉황동에 ‘곡물집’을 열었죠. 토종 곡물을 중심으로 우리 식문화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경험하는 복합적인
공간입니다.”
곡물집은 우리 곡물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감각적인 제품으로 만들어 선보이는 ‘곡물 경험 브랜드’다. 유기농 쌀, 보리, 옥수수 등 토종 곡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는데, 특히 콩, 밀, 팥, 수수 네
가지 토종 곡물과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블렌딩해 만든 ‘커피백’이 곡물집의 대표 메뉴다. ‘앉은키밀’과 지역의 우수한 식재료인 공주밤, 고흥유자, 횡성재팥으로 토핑해 만든 와플도 인기다. 이 외에도 토종콩으로 만든
후무스, 곡물 라이스칩, 곡물 크림 커피 등 독창적인 메뉴들이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곡물집은 곡물 전시를 위한 공간도 있어, 감각적인 패키지에 담긴 수십 종의 곡물과 파우더를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각 곡물에 대한 역사, 맛, 향, 어울리는 음식 등이 적힌 설명서를 마련해 누구나 쉽게
곡물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곡물집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농부, 셰프, 디자이너, 인문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해 워크숍을 개최하고, 푸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미수 경험 키트를 제작하며 토종 곡물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24년 ‘KOMIPO 소셜그라운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셜그라운드는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제도잖아요. 저희 곡물집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참 잘 맞았죠. 중부발전의 지원 덕분에 ‘미수 경험 키트’를
제작할 수 있었어요. 곡물을 직접 맛보고, 그 경험을 기록하면서 미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곡물집은 현재 ‘미식학교’도 준비 중이다. 식탁 위 식재료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그 생산 과정에 관심을 갖으며, 나아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만약 토종 곡물의 맛이
궁금하다면, 색다른 식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곡물집으로 가보자. 그들이 마련한 곡물 경험이 당신을 유쾌한 미식 탐구가로 만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