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짧지만 단풍은 즐기고 싶어

제철코어

봄은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전에 더위에 밀려 사라졌다. 여름인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이고, 가을은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찬바람에 쓸려 가버렸다.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제철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행의 중심

글. 편집실

제철은 먹어야 제 맛

Z세대는 기후위기를 일상처럼 겪어왔다. 봄은 짧고, 가을은 사라지다시피 했으며, 여름과 겨울은 제멋대로 찾아왔다. 가을에 반팔을 입고, 봄에 폭설을 맞는 게 더는 놀랍지 않은 시대. 사계절은 과거에만 존재하는 듯한 풍경이 됐다.
그래서일까, 제철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과 풍경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못 한다’는 마음이 커진 것이다. 특히 인스턴트와 배달 음식에 익숙했던 Z세대가 제철의 즐거움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제철에만 만날 수 있는 음식이나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SNS에 업로드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실제로 SNS에서 #제철음식이 언급된 게시글은 30만 건이 넘고, #제철과일, #제철요리, #제철밥상, #제철여행 등 ‘제철’을 키워드로 한 게시글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수저’보다 ‘제철 과일 수저’가 더 부럽다는 말도 생겼다. 주변에 과수원이나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어 제철 과일을 풍족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부러워한다는 의미다.
‘제철코어’는 ‘지금 이 시기’라는 ‘제철’과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가 합쳐진 말로, 과일 등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 즐기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시즌마다 카페에서 선보이는 봄 딸기, 여름 수박,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겨울 대표 과일 귤 등 제철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SNS에 올리며, 그 계절만의 특별함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되고 있다.

어머! 지금 떠나야 해!

제철코어의 시작은 과일이지만, 최근 여행·뷰티·패션업계로 분야가 넓어졌다. 봄에는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나고,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을 보러 산에 오른다. 겨울엔 설원 위 스키장이 SNS 피드를 가득 메운다.
관광업계 역시 제철여행 트렌드에 맞춰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여행사들의 벚꽃 시즌 한정 버스 투어나 여름 제철 해산물 미식 투어, 가을 단풍 열차 여행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자체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의 ‘봄나물 채취 체험’, 충청북도 청주의 ‘농작물 수확 체험’ 등 계절별 이벤트를 강화하며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뷰티업계에서도 여름엔 ‘워터멜론 틴트’, 가을엔 ‘피치컬러 메이크업’, 겨울엔 ‘토마토 립’ 같은 계절감 있는 제품을 내놓았고,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통영 전복·오징어를 그래픽으로 담아낸 ‘몸보신 티셔츠’를 굿즈로 선보이며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사람들이 제철코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희소성과 계절이 주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의 시즌 한정 컬렉션에 줄 서듯, 음료 브랜드의 시즌 음료에 열광하듯, 제철음식과 풍경도 계절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제철 음식을 먹고, 제철여행을 즐기는 찰나의 기회, 지금이 제철이다!

가을 제철코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보물,
꽃게
가을 버섯 삼총사,
송이·능이·표고버섯
추석 달맞이 풍경
보름달 보며 먹는 추석 송편
가을 대표 제철과일 사과, 배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시골길 드라이브
늦가을 단풍 놀이
가을 축제 즐기기
가을 억새와 갈대밭으로 출사

홍성남당항 대하축제 8.22~10.20 고창청농원 핑크뮬리시즌 9.19~11.16 태안 가을꽃박람회 9.19~11.4 보은 대추축제 10.17~10.26 드림파크 국화축제 10.23~11.5 청송 사과축제 10.29~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