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미로 속 힙 터지는 낭만 스폿
서울 연남동 골목여행

한때는 ‘연남동’ 하면 기사식당이나 중국집이 떠올랐다. 이미 떴고, 앞으로도 새롭게 뜰 골목 사이사이에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 개성을 덧댄 가게들이 들어찼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에 자신만의 색을 가진 가게들은, 이 동네와 꼭 닮은 낭만 넘치는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세상에, 여행

글. 윤진아 사진. 정우철

늦가을 낭만여행의 모범답안

연남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성과 취향이 모인 동네다. 최신 트렌드가 빈티지 감성으로 표현된 이곳에서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여행의 시작점은 한강 조망 명소인 마포새빛문화숲으로 잡는 게 좋다. 우리나라 최초 발전소였던 당인리발전소가 근대산업유산으로 보존되며 46,000㎡의 넓은 공원으로 재탄생했기 때문. 언덕을 오르면 탁 트인 한강 풍경이 가슴을 확 열어준다. 경의선숲길을 건너면 연남동이다. 도심을 관통하는 숲길은 총 구간이 6.3km에 이른다. 긴 철길을 따라 은행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등등 수십 만 그루의 나무가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선사해, 벤치에 앉아 잠시 쉬거나 주변 가게를 둘러보는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 된다. 가랑잎 발효되는 눅눅한 냄새를 맡으며 스쳐 지나가는 가을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잊고 살았던 낭만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것이다.
걷다 보면 연남동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점점 짙어진다. 작가 이상이 사랑했던 다방 이름을 딴 ‘낙랑파라’ 카페를 비롯해 경의선숲길 주변에는 소문난 찻집이 즐비하다. 레트로 무드 카페 ‘연트럴다방’의 꽃라테와 코코넛카야라테는 인증사진을 부르는 인기메뉴! 뷰 맛집답게 동네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도 있다. 모퉁이에 있는 ‘사르르 연남’은 낮에는 브런치 카페, 저녁엔 와인바로 운영돼 시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통창 뷰의 키치한 인테리어 덕에 평범한 식사도 근사해진다. 숲길을 따라 ‘빵지순례’ 코스도 이어진다. 갓 구운 빵을 손에 쥐려는 사람들의 웨이팅 줄이 곳곳에 늘어서 있는데, 매장 밖까지 퍼진 빵의 풍미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구 당인리 발전소)
 

얽히고설킨 골목 따라 덕후 성지 빼곡

숲길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끼리끼리길’이 나온다. 적갈색 보도가 깔린 인도를 따라 독특한 가게가 이어지는 끼리끼리길 사이엔 미로처럼 꼬인 ‘미로길’도 있다. 직선으로 쭉 뻗은 연트럴파크가 산책코스라면, 여긴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코스다. 예전부터 공방이 많았던 이곳은 ‘꾸미기 덕후’들의 성지로 통한다. 소품숍 ‘메이드바이 연남’에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덕후 사이에서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들의 브랜드가 모여 있고, 고양이 편집숍 ‘고양이역’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고양이 관련 굿즈가 고양이 집사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한창 호황을 누리던 때에 비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지만, 젊은 예술가들은 뚝심 있게 연남동에 새 숨을 불어넣고 있다. ‘봉트리살롱’은 자유롭게 재봉틀을 쓸 수 있는 미싱카페다.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가방도 판매하고, 가방 만들기 수업 ‘연남가방학교’도 연다. 연남동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도토리 캐리커처’는 현재 각지에 10여 개의 매장을 둔 명소가 됐다. 화가들이 1분 안에 인물의 매력을 정확히 파악해 캐리커처를 그려줘,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방문객이 모여든다.

색다른 문화공간이 많은 ‘문화카페길’은 동진시장을 경계로 미로길과 마주보고 있다. 길 끄트머리에 있는 독립책방 ‘술책방 헬로’는 이 골목 터줏대감으로, 술 파는 책방답게 다양한 주류와 책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돼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 책방 곳곳에 책갈피처럼 꽂혀 있으니, 늦은 오후 문이 열려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세상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연남동은 회복탄력성이 강한 동네다. 주민들이 미로에 남겨놓은 메시지처럼 뚜벅뚜벅 걸어나가다 보면 머지않아 출구가 나오니, 주위를 둘러보며 삶의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보면 어떨까.

도심 속 오아시스에서 “잡았다! 올해의 추억”

회사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골목 끝까지 닿았다.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처음 만나 10년 전 본사 보령 이전 시절까지 함께했던 동료들이 연남동에서 다시 모였다. 변한 길 위에 새 추억을 쌓는다. ‘세상에, 여행’ 코너명처럼, 말 그대로 각자의 삶 속에서 부단히 여행 중이라는 네 친구는 이날 손잡고 미로를 빠져나오며 ‘새빛’을 충전했다.

제주발전본부 경영기획부
양혜숙 대리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연남동의 감성 가득한 골목을 함께 걸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쌓인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추억을 나눴습니다. 잠시였지만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느낀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이 따뜻한 기억을 안고 힘내보려 합니다.
힙한 감성을 품은 연남동의 골목들을 함께 거닐자 10년 전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치 어제 만난 듯 편안했던 우리들! 사보 촬영 덕분에 이렇게 모여 함께 웃고 옛이야기를 나누며, 두고두고 힘이 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이 소중한 인연이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도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함안건설본부 안전관리팀
신윤하 대리

신보령발전본부 정보보안팀
이정은 대리

넷이 같이 근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지금은 각자 다른 사업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세월이 무색할 만큼 금세 예전처럼 웃음이 터졌어요. 다 함께 연남동 명소를 누비고 있자니, 서울 본사 근무 시절 같이 맛집 찾아다니며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뭉클했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선배들을 만나니, 최근 지쳤던 일상이 싹 잊힐 만큼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화창하고 따사로웠던 가을날, 서로 보폭을 맞춰 걸으며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실컷 나눴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욱 즐거웠던 연남동에서의 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인천발전본부 정보보안팀
임은혜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