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작고 귀여운 인형들이 달랑달랑 흔들린다. 등교하는 학생의 가방에도, 출근길 직장인의 가방에도 어김없이 자리한 작은 존재들. 심지어 전용 파우치에 넣어 다니거나 인형옷 액세서리를 구입해 꾸밀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히 보기 위한 인형이 아니라 ‘최애 동료’이자 ‘취향의 분신’쯤 아닐까. 존재감 확실한 인형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유행의 중심
글. 편집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는 여전히 ‘라부부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토끼 귀, 커다란 눈, 아홉 개의 뾰족한 이. 이상한듯 하지만, 어쩐지 더 사랑스럽다. 이 독특한 매력의 주인공은 중국의 팝마트에서 만든
‘라부부(Labubu)’다. 블랙핑크 리사가 공항 패션에 라부부를 달고 등장하자, SNS는 순식간에 들썩였고, 리한나, 베컴 등 세계적인 셀럽들이 인증사진을 올리면서 ‘라부부 열풍’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또
랜덤박스 형태로 판매돼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모르는 긴장감, 극소량 시크릿 캐릭터가 주는 설렘, 그리고 ‘한정판’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수집 본능을 자극했다.
뒤이어 등장한 ‘크라이베이비(Crybaby)’는 눈에 맺힌 눈물, 살짝 찡그린 얼굴, 어딘가 서툰 표정 등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귀엽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그 표정에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행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 아직 라부부를 구하지도 못했는데 다른 인형이 유행에 중심에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웹툰 ‘마루는 강쥐’가 이 흐름을 이끌고 있다. 어린이가 된 강아지
‘마루’의 순수하고 엉뚱한 매력이 인기 요인이다. 지난 10월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마루의 숲속 베이커리에 놀러와’ 팝업스토어에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방문객이 몰리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어피치’와 BTS의 세계관이 담긴 BT21도 여전히 인형 키링의 대표주자로, 매번 신상품이 나오자 마자 품절되고 있다.
‘가방 꾸미기’, ‘폰 꾸미기’ 등 ‘꾸미기 문화’가 하나의 흐름이 되면서, 인형 키링은 누구나 좋아하는 트렌드가 되었다. 한때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던 인형은 이제 어른들의 감정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전용 파우치에 곱게 담고, 옷을 갈아입히고, SNS에는 ‘오늘의 인형 코디’ 인증사진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에겐 위로, 누군가에겐 취미, 또 누군가에겐 자아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 인형은 그냥 ‘귀여운 장식품’이 아니다. 조금 이상하고, 조금 엉뚱해도 그게 매력일 수 있다.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사람들은 ‘진짜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다. 비싼 명품 대신 주머니 속 인형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대. 피로한 하루 끝, 작은 인형 하나가 나를 웃게 만든다. 인형은 우리 마음 속 가장 작은 힐링 아이템이다.
‘마루는 강쥐’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됐던 인기 웹툰으로, 사람으로 변한 강아지 마루를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다. 순수한 눈빛, 엉뚱하지만 따뜻한 행동으로 수많은 ‘언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간 세상에 적응하려 애쓰는 강아지 마루의 모습은 귀엽고 웃기지만, 어느새 마음 한편을 말랑하게 만든다.
‘망그러진 곰’, 줄여서 ‘망곰이’는 일러스트레이터 유랑이 만든 캐릭터로, 둥글둥글한 몸과 힘없이 웃는 표정이 특징이다. 얼핏 보면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그 ‘망가진 듯한 모습’이 오히려 매력 포인트다. 완벽하지 않아 더 정감 가는 얼굴, 약간 어설프고 조금은 지친 표정이 보는 사람을 웃게 한다.
‘가나디’는 강아지를 귀엽게 발음한 말에서 비롯된 캐릭터이자 브랜드로, 이족 보행과 사족 보행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강아지다. 하얀 털과 똘망한 눈을 가진 말티즈풍 외모에, 엉뚱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성격이 더해져 볼수록 정이 가는 ‘꽤 친근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