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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40
화학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COSMO40

경인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가좌IC에서 빠져나오면 보이는 공장지대. 공장들 사이로 독보적인 분위기의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멋진 갤러리 같으면서도 건물 곳곳에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들. 과거 화학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획기적인 공간 혁신을 이룬 코스모40을 찾았다.

글 아이콘글. 박영화 사진 아이콘사진. 고인순

공간의 혁신을 이루다, 카멜레존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발전 시설 지하화를 결정함에 따라 지상에는 시민공원이자 예술공간인 문화창작발전소가 조성되는 공간 혁신을 이뤄냈다. 코스모40도 이전 공간의 특성을 간직한 채 다른 용도로 탈바꿈해 공간을 혁신한 사례로, 수도권의 대표적인 카멜레존이다. 카멜레존은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성한 말로,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롭게 변신한 것을 일컫는다.

카멜레존 02 © 허승범

철거 위기에 놓인 코스모화학 40동

인천 가좌동에 위치한 2만 3,000평 규모의 코스모화학 공장단지.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켰던 코스모화학 45개의 공장은 2016년 울산으로 대규모로 이전하면서 가동을 멈췄다. 공장이 삽시간에 철거되었고 40동 건물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는데, 이마저도 철거 시기만 앞두고 있었다. 텅 빈 부지에는 어느새 다른 공장들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그런 와중에 인천 가좌동에서 13대째 대를 이어 살며 지역에 대한 애착이 컸던 심기보 씨는 마침 지역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빈브라더스 성훈식 대표와 뜻이 같아 두 사람은 40동 건물을 새롭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시작은 고급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멋진 카페로 만드는 것이었다. 2년여의 노력 끝에 폐공장은 고소한 빵과 달콤한 커피 향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카멜레존 03 카멜레존 04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기 전 코스모화학 공장 모습

다양한 푸드 브랜드가 입점한 COSMO LOUNGE

2018년 10월 오픈한 코스모40. ‘폐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놀라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변 공장 직원과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등 근교에서도 일부러 찾는 손님이 많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코스모40은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2019-2020 인천 유니크베뉴로 등에 선정될 정도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가 훌륭하다.

코스모40의 특징은 기존 공장 건물을 가능한 한 보존하면서 신관을 증축한 것. 1층은 로비로, 2층은 디자인과 건축 관련된 책이 전시된 ‘모두의 서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3층은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코스모 라운지’로 꾸며져 있다. 코스모 라운지는 커피, 베이커리, 맥주와 피자를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필터드(Filtered)’부터, 다양한 종류의 크로아상을 판매하는 ‘로아상(Roissant)’, 피자를 판매하는 ‘테이킷이지(Take it easy)’,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탭드(Tapped)’이 입점해있다. 다양한 푸드 브랜드들을 연계함으로써 문화와 예술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카멜레존 05 코스모화학 건물의 뼈대와 내부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코스모40’.

경계를 넘으면 또 다른 세상

카멜레존 06 공연, 전시, 마켓 등이 진행되는 1, 2층 공간. 코스모 라운지만 보면 깔끔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예쁜 카페 분위기다. 그런데 철제 계단을 넘으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녹슨 철제빔과 제어기기 등이 남아 있는 공장 사무실 등 특유의 공장 느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기존 폐공장 건물의 독특한 매력을 보전하면서 현 기준에 맞는 안전한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새 건물은 기존 건물과 물리적인 접촉 없이 폐공장 안으로 관입하여 들어갔다 나오는 하나의 고리와 같은 형상을 취하도록 설계되었다. 즉 코스모화학 공장 건물의 뼈대와 내부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을 해 하나의 땅에 독립된 두 개의 건물이 존재하게 한 것이다.

1, 2층의 공간은 신비하기까지 했다. 3층 구관을 통해 1, 2층으로 내려가면 12m의 높은 층고를 가진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전시, 공연, 마켓, 행사, 촬영 등 독립된 행사가 진행된다. 부속된 (구)전기실도 행사의 백룸이나 독립된 별도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창작품을 판매하는 ‘인천 크리에이티브마켓’을 시작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 사진전, 전시·토크 라이브퍼포먼스, 스케이트보더들의 라이딩, 크리스마스마켓, 요가수업 등을 진행해왔다. 코스모40이 생기면서 지역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근 공장 직원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고 있다.

게다가 코스모40 주변으로는 또 다른 카페와 스튜디오, 작은 샵들이 입점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문화예술지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좌동은 숨은 가치를 발견하는 이들과 만나 새롭게 숨 쉬고 있다.

카멜레존 07 (구)전기실에는 코스모화학 당시 직원들의 일지 등이 남아 있다. 카멜레존 08 다양한 음식 브랜드가 입점한 ‘코스모 라운지’
카멜레존 09 미술, 디자인, 건축 등의 서적으로 꾸며진 북갤러리 ‘모두의 서재’ 카멜레존 10 숨은 공간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다.

· 코스모40
매일 11:00~22:00
인천 서구 장고개로 231번길 9
032-575-2319
http://cosmo4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