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나풀거렸지만, 5월의 햇살이 눈부셔서인지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춤추듯 출렁이는 파도를 구경한 지 15여 분. 배는 서서히 육지에 다다랐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구멍 숭숭 뚫린 돌담, 노란 유채꽃과 금빛 보리…. 여전히 아름다운 우도의 풍경, 꿈결 같은 우도 구경.
* ‘정말 사랑합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
3년 전 5월, 아내, 딸과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보령에서 군산공항까지 차로 1시간, 군산공항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로 1시간. 가족 모두 들떠서 여행을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깐 해외로 여행 가는 기분이었어요.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제주도 우도.
어느 날 TV 방송에서 ‘지미스 땅콩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아내가 이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우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그때 땅콩아이스크림을 먹고 반해서 우도 땅콩까지 구입했네요.
봄바람이 이렇게 따스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제주도는커녕 가까운 마트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아내와 종종 제주도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곤 합니다.
걱정 없이 여행 갈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from. 보령발전본부 (복합)발전운영실 곽현태 주임
아니,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 천진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난 산호해수욕장 말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다 해 서빈백사(西濱白沙)라고도 불리며 우도 8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해변. 동양에서 유일하게 백사장이 홍조단괴(紅藻團塊)로 이루어져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돼 있다. 팝콘처럼 생긴 홍조단괴를 발로 밟으니 약간은 까끌까끌했는데, 손에 올려놓으니 그 하얀 결정체에서 빛이 났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하고수동해수욕장도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 에메랄드빛의 바다와 바다를 배경으로 줄지어 서 있는 야자수.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수심이 얕고 모래도 부드러워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도 즐기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사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제주 바다는 예상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풍경이 발길을 멈춰 세웠다. 너른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의 무리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구멍 숭숭 뚫린 돌담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특히 나지막한 돌담 너머에 밭을 만날지, 집을 만날지, 바다를 만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저 돌담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유채꽃과 금빛 보리가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춤추는 듯한 풍경을 구경하며 걸을 뿐. 그래서 더 설레였는지 모르겠다.
제주라는 지역 자체가 그러하지만, 우도는 더욱 특별하다. 제주도 동쪽 끝, 성산일출봉 건너에 있는 우도는 성산 앞바다에 길게 뻗어 소가 한가로이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해안도로를 따라 쉬지 않고 걸으면 서너 시간 남짓 걸려 다 둘러볼 수 있지만, 숙박을 해야 우도의 참 매력을 알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그야말로 널려 있는 곳이다.
우도 구경을 하다 보면 종종 ‘여긴 나만 알고 싶다’라는 곳이 생긴다.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을 만큼 좋은 곳. 지금 소개하는 세 곳이 바로 그곳.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우도에 책방이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다. ‘책’이라고 써진, 누가 봐도 책방임을 예상할 수 있는 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말이다. 입구를 찾아 책방에 들어가려는데 손잡이 위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책방’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 서울에서 가장 먼,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서점이라고 생각하니 이곳이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밤수지맨드라미’라는 책방 이름이 궁금해져 주인에게 물으니 ‘제주 바닷속에 사는 멸종 위기의 분홍색 산호’로, 우리 삶에서 멀어져만 가는 책의 모습과 어딘지 닮은 것 같아 지은 이름이란다. 밤수지맨드라미 주인 부부는 서울을 떠나 우도로 이사해 직접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우도에서의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책방을 열게 되었다고. 주인은 “산호는 물고기들의 놀잇감이거든요. 책방이 산호라면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물고기가 되어 이곳을 즐기게 되는 거죠”라며 재밌는 해석도 덧붙였다.
밤수지맨드라미는 가치 있는 삶의 이야기를 다룬 다양한 장르의 책은 물론 제주만의 감성을 담은 제품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 책을 사면 도장을 찍어주는데 도장의 글씨가 너무나 작아 그것조차 사랑스럽다. 2017년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4주년이 된 밤수지맨드라미. 너무 좋아서 꼭꼭 숨겨두고 싶은 비밀 아지트 같은 곳. 여행 중 잠시 책을 읽거나 커피 한 잔을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면 들러보자. 창밖으로 보이는 우도 풍경도 놓치지 말길.
주소 :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530(서빈백사 인근)
영업시간 : 매일 10:00~18:00
우도i에는 흔하지 않은 제품이 가득했다. 우도 바다를 찍은 엽서, 한라산이 그려진 마우스패드, 한라봉 모양의 캔들과 수세미, 심지어 포스트잇과 메모지 하나에도 우도를 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가게 안 여기저기서 “어머, 귀여워” “이거 살까?” “저것도 갖고 싶어”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제품 중 다수는 우도i 주인이 우도의 풍경을 직접 촬영해 만든 것이라고.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자 주인은 한참을 고심하더니 우도땅콩수제잼을 시식해보라며 시식용 스틱을 건넸다. 고소함이 남다른 우도 땅콩을 갈아 만든 핸드메이드 잼인데, 미네랄과 비타민이 가득 담긴 제주꿀을 첨가해 입에 녹는 순간 “음~”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감성 가득한 소품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무를 수 있으니 우도i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가길. 아,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빈손으로 나올 수 없으니 지갑도 필수.
주소 :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814(하고수동해수욕장 앞)
영업시간 : 매일 10:30~17:30
사실 이번 우도 여행은 바로 이곳, 곽현태 주임의 아내가 반한 지미스 땅콩아이스크림에서부터 출발했다. ‘우도 땅콩아이스크림 원조’로 불릴 만큼 너무나 유명해서 꼭꼭 숨겨둘 수 없는 곳이다. 심지어 가게 앞 메뉴판에 ‘제발 지미스를 따라 하지 마세요’라고까지 쓰여져 있다.
유명 연예인이 방문한 사진으로 가득한 지미스 내부. 사진 구경을 뒤로하고 수제우도땅콩아이스크림, 수제한라봉·천혜향아이스크림, 수제애플망고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주문한 뒤 야외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검멀레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지는 ‘뷰맛집’이기 때문.
드디어 맛보게 된 땅콩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위에 땅콩이 듬뿍 뿌려져 있는데, 지미스에서 직접 재배하고 볶은 땅콩이란다. 부드럽고 고소한 땅콩아이스크림.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좀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상큼하고 새콤한 수제애플망고아이스크림이 내 입맛에는 가장 맞았다. 땅콩아이스크림까지 먹었으니 이제는 우도 여행을 마무리해도 될 것 같다.
주소 :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1132
영업시간 : 매일 08:00~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