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가고 싶어 했던 보령발전본부 2발전소 제어기술부 김지영·고은비·이수민 주임이 회사 사무실이 아닌 목공 공방에서 칼림바를 만들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나무 향이 그윽한 공간에서 속마음을 전하며 한 뼘 더 가까워진 세 사람의 마음 거리에 영롱한 칼림바 소리가 기분 좋게 더해졌다.

더 친해지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우리

목공 공방은 나무 향기로 가득했다. 벽면을 채운 각종 연장과 공방 테이블에 놓인 나무들을 바라보며 김지영·고은비·이수민 주임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기분 좋은 설렘 속에 어색함이 살짝 엿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보령발전본부 2발전소 제어기술부에서 근무하는 세 사람은 시나브로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동료의 인연이 시작됐다. 고은비·이수민 주임은 입사 동기이고, 김지영 주임은 이들의 1년 선배다. 이수민 주임이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제어기술부에는 여성 직원이 총 세 명 있는데, 바로 저희 셋이에요(웃음). 나이가 같거나 비슷하고. 또 공통점도 많아서 함께 있으면 즐거워요. 그런데 그간 계획예방정비공사 때문에 바빠서 얼굴 보며 대화 나눌 기회가 없었어요. 같이 체험을 하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어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저희 셋의 마음이 훨씬 더 가까워질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세 사람이 만들기로 한 것은 칼림바다. ‘손안의 작은 오르골’이라고 불리는 칼림바는 나무상자나 야자열매 등의 속이 빈 통 위에 가늘고 얇은 쇠막대를 붙여 만든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다. 얇고 가는 철판을 손가락으로 튕겨 소리를 내기 때문에 ‘엄지 피아노’라고도 불린다. 가볍고 작은 크기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연주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영롱한 음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칼림바는 사운드 홀이 뚫려 있는 어쿠스틱 칼림바와 나무 통판으로 된 플레이트 칼림바, 사운드 홀이 아래로 나 있는 할로우 보디 칼림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오늘은 나무 본연의 울림으로 고운 소리를 내는 플레이트 칼림바를 만들 겁니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샘플로 제작된 칼림바를 살피던 세 사람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내 손으로 만드는 칼림바라니… 정말 설레네요!” 고은비 주임의 말에 김지영·이수민 주임이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성을 가득 담아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칼림바

칼림바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수종을 선택해야 한다. 편백, 월넛, 메이플 등 다양한 수종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강사가 간단한 설명을 시작했고, 세 사람은 망설임 없이 동시에 월넛(호두나무)을 골랐다. 세 사람 다 진한 나무색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했다. 강사가 월넛을 알맞은 크기로 재단해 왔다. 이제는 디자인을 생각할 차례다. 인터넷으로 칼림바 디자인을 살펴보던 세 사람이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모두 예뻐서 뭘 선택할지 고민되는 모양새다.

디자인 구상을 마치고 밑그림에 들어갔다. 연필이 나무 위를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신중하게 사각사각 오갔다. 고양이 귀 부분에 집중해 밑그림을 그리는 김지영 주임을 이수민 주임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회사에서나 공방에서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김지영 주임님은 저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늘 멋있는 선배예요. 특히 저희 사수로 업무를 가르쳐 주실 때 가장 멋있어 보입니다.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나서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모습에 자주 감동을 받곤 한답니다.”

뜻밖의 칭찬에 김지영 주임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김지영 주임은 “고은비·이수민 주임이 입사한 후부터 회사 생활이 더욱 행복하고 즐거워졌다”라며 화답했다.

“부서에서 저 혼자 여자이다 보니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두 분이 들어오시고 난 후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웃음). 마음이 든든하고 의지가 된다고 할까요? 부서 분위기도 훨씬 밝고 활기차졌어요. 두 분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요!”

진한 월넛의 나뭇결이
칼림바에 멋들어진 분위기를
더해준다.

칼림바 만들면서 깊어진 동료애

시간이 흐르면서 칼림바는 점점 모양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마감재를 발라 천으로 닦아주는 작업이 진행됐다. 오일 덕분에 나무색이 어두워지면서 멋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제는 칼림바 보디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진동바를 고정한 후 17개의 건반을 하나씩 끼워줄 차례다. 세 사람은 작은 해머로 건반을 두드리면서 간격과 높이를 조정해나갔다. 마지막으로 마감재를 칼림바 전체에 꼼꼼히 묻혀준 후 다시 한번 더 닦아주었다.

가장 먼저 작업을 끝낸 고은비 주임이 직접 만든 칼림바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그립감이 참 좋아요. 빨리 연주해 보고 싶어요!”

김지영·이수민 주임의 작업도 마무리되었다. 김지영 주임은 “고양이 얼굴 형태가 제 의도와는 다르게 좀 길쭉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귀여운 것 같아요. 제작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힘은 좀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이 큰 것 같아요. 완성된 칼림바를 보고 있으니 뿌듯하네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수민 주임은 칼림바의 동그란 귀를 매만지며 애정을 표했다. 이때 김지영 주임이 “부서 선배님들에게 우리의 연주를 보여드리면 어떨까요?”라며 한마디를 던졌고, 두 사람이 “좋아요! 좋은 생각이에요!”, “내일 출근할 때 함께 연주하면서 입장할까요?”라며 화답했다. 세 사람이 깔깔깔 기분 좋게 웃었다.

칼림바는 연주 방법이 간단하다. 각기 길이가 다른 금속 막대를 손가락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데, 두 엄지를 동시에 연주하거나 번갈아 가면서 튕길 수 있어 화음 연주가 가능하다. 세 사람이 벌써 연습이라도 하듯이 칼림바를 튕겨 소리를 냈다. 청아하고 영롱한 소리가 이어졌다. 그 소리를 듣고 세 사람이 마주 보고 웃었다. 앞으로의 멋진 합주가 기대된다는 야심에 찬 표정이었다.

(왼쪽부터) 이수민,고은비,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