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NOVEMBER
VOL.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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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레본 2호기 해외파견자들의
고군분투 해외 체류기

글. 양지예 사진. 고인순

해외살이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 같은 일. 해외 파견으로 로망을 실현했지만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해외살이를 했던 찌레본 2호기 해외파견자들의 고군분투 해외 체류기를 들어본다.

찌레본 2호기 건설의 일등 공신

지난 2023년 5월, 2017년도에 착공한 찌레본 2호기의 상업운전이 시작되었다. 찌레본 1호기 동측 2km에 위치해 있는 찌레본 2호기는 한국중부발전의 출자지분이 10%고, 최대 주주는 일본 마루베니(35%), 기타 주주로는 인도네시아 인디카(25%), 한국 삼탄(20%), 일본 제라(10%) 등이 있으며 총 사업비는 약 21.75억 불이 투자되었다. 설비용량은 1,000MW로, 발전소 준공 후 25년간 운영된다.

찌레본 2호기의 상업운전이 시작되는 것을 보며 누구보다 가슴 벅찬 이들이 있다. 바로 찌레본 2호기 건설 초기에 파견되었던 중부가족들이다. 오늘 모인 직원들 대부분이 건설 공사가 막 시작되었을 때 파견되었기 때문에 허허벌판에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에피소드가 많다.

정비이사로 파견됐던 강희성 부장은 “2019년 10월, 처음 파견 갔을 때 보일러 고압부 상량 공사 중으로, 공정은 약 30% 정도였고, 건설공사가 한창이라 경상정비 역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조직이 하나도 없었다”라며 “3년 동안 경상정비 업무를 담당할 현지 직원 약 200여 명을 채용하고 교육 및 경상정비시스템 구축, 경상 및 계획예방정비공사 계획 수립, 경상정비 자재 구매, 자재 구매 네트워크 구축 및 창고 리모델링 등의 업무를 했다”라고 회상했다. 제어부장으로 파견됐던 최경묵 차장도 “정비 조직이 아예 없었던 시기에 파견되어 인력 선발, 정비 방법 선정, 설비 정비 방법 전파 등 초기 조직 구축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라고 전했다.

심승환 차장은 “처음 찌레본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는 보일러 철골이 올라가는 건설 초기 단계였는데 파견 종료 전에 최초 병입은 물론 그동안 준비했던 예측정비 및 경상정비가 시스템적으로 갖춰지는 것을 보고 많은 보람을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팬데믹 공포 속에서 묵묵히 임무를 해내다

찌레본 2호기 건설을 위해 파견된 직원들은 다른 해외파견자들보다 더욱 힘든 해외 생활을 했다. 바로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찌레본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297km 떨어진 소규모 도시로, 의료시설이 낙후된 곳이기도 하다.

감기에 걸려 폐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구부정한 자세로 찍힌 엑스레이를 보고 요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던 최경묵 차장의 에피소드는 현지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뒤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박종경 차장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회의 및 보고가 온라인으로 이뤄져 다른 사람들의 표정, 목소리, 동작 등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비언어적 요소가 배제된 환경이었다”라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기에 온라인 회의는 얼굴을 보고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 쌓을 수 있는 상호 간의 관계 형성 및 신뢰 구축도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이는 우리가 진행하는 업무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의사결정 지연 요소로 작용했는데 상업운전 이후 정비 업무를 준비하고 총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정비예비품(Spare Parts)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다국적 임원진을 설득하는 일이 특히 그랬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예비품 구매 비용 대비 효과 분석, 타 프로젝트 예비품 구매 가격 및 수량 조사, 수천 가지에 달하는 예비품 시장가격 파악, 설비의 고장률 예측을 통한 최적 구매 수량 도출 등, 수십여 차례에 걸쳐 내부 논의와 임원 미팅을 진행하여 정비예비품 구매에 있어서 전례가 없는 노력과 준비를 이끌어 냈고, 마침내 최종 의사결정을 득할 수 있었다”라며 박종경 차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찌레본 2호기 발전소 전경

당시 사용하던 임시 사무실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일궈낸 기적

해외 사업의 특성상 어려움도 많았다. 정우영 차장은 기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 해외사업처장이 직접 찌레본까지 와서 스폰서사들을 설득했던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스폰서사가 다국적이다 보니 이해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당시 결론이 날 때까지 오랜 시간 끝장 토론을 한 그날을 잊을 수 없다”라고 회상했다.

박도윤 차장도 여러 국가 및 기업의 투자 합작 프로젝트라 각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 및 업무추진 프로세스가 복잡했던 것을 근무 중 어려움으로 꼽으며 “함께 파견된 동료들이 옆에서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힘이 되어줘서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근무한다면 절대 겪을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 자카르타 오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찌레본에서 새벽 5시에 기차를 탔는데 폭우로 선로가 침수되어 12시간 동안 기차에 갇혀 있었던 일은 김종욱 차장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또한 강희성 부장은 10명이 회식을 하는데 20인분의 음식을 시키는 것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회사에서 회식을 하면 남은 음식은 가족을 위해 싸가는 것이 현지 문화라는 것을 알고 인도네시아와의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해외 파견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언어소통과 현지 문화의 이해’라고 꼽았다. 때문에 파견 직원들은 현지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고 소통하며 현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고 돌아올 때쯤에는 헤어지기 아쉬울 만큼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심승환 차장은 “파견 종료 때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 셔츠를 기념으로 선물해 주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라고 했고, 최경묵 차장은 “K-POP을 좋아하는 현지 직원의 자녀들을 위해 한국에 귀국한 뒤 블랙핑크와 BTS 굿즈를 항공우편으로 보내줬다”라며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식 차장은 “우리가 이미 복귀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상업운전 소식을 들었다”라며 “계획보다 늦어져서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앞으로 잘 운영되어 찌레본의 대표 발전소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종욱 차장은 “해외 파견을 통해 국내 건설 경험을 토대로 해외에서도 건설사업을 리딩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고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현장소장으로서 다국적 기술자들과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원팀을 구성하여 원활하게 사업 관리를 완수할 수 있어서 큰 자부심을 느꼈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며 중부가족들에게 해외 파견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 나가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