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anuary VOL.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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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팅을 통해 작품으로 탄생한 새해 소망

글. 한율 사진. 이승헌

마치 총 모양처럼 생긴 터프팅 건으로 실을 쏘아 직물을 짜는 ‘터프팅’이 트렌드의 정점에 있다. 보통 ‘공예’는 차분하고 정적인 게 대부분이지만, 터프팅은 역동적이고 활동적이라 즐거움은 몇 배가 된다. 보령발전본부 토건연료부 민수지 주임, 시설관리부 백지원 주임, 안전품질실 안정선 주임이 ‘요즘 힙하다’는 터프팅을 경험해 보기 위해 공방을 찾았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한 사이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유머 코드다. 함께 웃으며 소통할 때 유대감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민수지·백지원·안정선 주임은 유머 코드가 무척 잘 맞는다. 요즘 말로 ‘티키타카’가 잘되는 사이다. 서로가 서로를 웃게 만들고, 밝은 기운을 주고받으니 마음이 척척 잘 맞는 건 당연지사. 맏언니 민수지 주임이 ‘터프팅을 해보자’는 얘기를 꺼냈을 때도 백지원·안정선 주임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겼다. 37기 입사 동기인 세 사람이 이처럼 돈독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고향이 광주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광주 출신 동기 세 명이 오붓하게 뭉쳐보고 싶었어요. 또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색다른 시간을 통해 초심도 되새기고 싶었고요.”

세 사람은 평소 터프팅에 관심이 많았다. ‘터프팅’이란 잔디나 머리카락이 촘촘하게 모인 다발을 의미하는 ‘터프트(Tuft)’에서 온 말로, 터프팅 건(Tufting Gun)을 이용해 천 위에 실을 쏘아 심는 직조기법을 말한다. 특별한 손재주 없이도 쉽게 할 수 있으며, 예술작품처럼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탕탕탕! 터프팅의 매력에 빠지다

터프팅은 일단 터프팅 건에 익숙해지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 사람은 강사에게서 터프팅 건에 실을 꽂는 법과 쏘는 법 등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리고 천의 가장자리에 터프팅 건을 천천히 쏴보았다. 그러자 ‘탕.탕.탕’ 소리가 나면서 천에 실이 박히기 시작했다. 손에는 묵직한 떨림이 전해졌다. 세 사람은 신기하다는 듯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연습은 계속 이어졌다. 직선, 곡선, 원형을 만들어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아래에서 위로 터프팅 건을 쏘면서 원리를 익혔다.

“터프팅 수업의 반 이상은 기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에 얼마나 익숙해지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1.2kg 정도의 무게를 가진 터프팅 건은 초보자에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작업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연습 끝에 세 사람 모두 기계가 어느 정도 손에 익은 듯 보였다. 드디어 도안이 그려진 배경 천을 따라 실을 쏠 차례! 백지원 주임이 “떨린다”라고 속마음을 말하자 민수지·안정선 주임이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기운을 북돋웠다. 두 사람의 응원에 힘을 받은 듯 백지원 주임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백지원 주임은 두 사람 덕분에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저를 포함해 셋 다 광주를 떠나 보령 사택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저는 고향을 떠나 처음으로 독립을 했어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으니 가끔 외로울 법도 한데, 수지·정선 주임이 옆에 있어서 그럴 새가 없어요. 함께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면서 마음을 나누고 있거든요.”

시간이 흐르면서 하얗던 천에 조금씩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수를 놓은 쪽의 반대편으로는 보드라운 실들이 올라왔다. 터프팅은 터프팅 건을 쏜 앞면이 아니라 뒷면에 실이 올라오는 게 특징이다. 세 사람은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서로 확인하면서 “멋지다”, “예쁘다”라며 칭찬을 주고받았다.

올해는 우리만의 멋진 한 해로!

어느새 포근한 느낌의 그림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귀여운 고양이도, 화려한 꽃들도, 뜨개질하는 여인도 생생한 제 모습을 갖게 되었다. 안정선 주임은 자신의 작품이 놓일 공간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사택에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만의 공간으로 꾸밀 시간이 없었어요. 러그로 탄생한 작품이 제 공간에 들어온다면 집에 갈 때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새해에는 저만의 한 해를 짜보자는 다짐을 했어요. 언니들과 오늘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회사에도 감사하고요.”

백지원 주임은 자신의 작품 속 노란 꽃들처럼 “올 한 해는 모든 것이 활짝 피는 기분 좋은 해였으면 좋겠다”라며 소망을 전했다. 백지원 주임도 오늘 만든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리한 고양이처럼 올 한 해를 지혜롭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라는 민수지 주임은 자신의 작품을 부서로 가져가 함께 나눌 생각이다. 그녀는 백지원·안정선 주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원·정선 주임은 활기찬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함께 있으면 절로 즐거워져요. 그리고 제가 뭔가를 해보자고 했을 때 싫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 생각에 더 좋은 의견을 더해주기 때문에 항상 시너지가 나요.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두 사람과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합니다.”

네 시간 정도 진행된 세 사람의 터프팅 건 작업은 모두 종료되었다. 마무리된 결과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후속 작업이 진행되고 예쁜 러그로 탄생 될 예정이다. 세 사람은 “일주일 후 받게 될 작품이 정말 기대된다”며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의 눈빛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각자의 소망이 담긴 터프팅 작품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 올 한 해는 세 사람이 더욱 멋지게 성장하고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가장 오른쪽 도안)김잼 작가 작품 @jam_week

“나를 웃게하는 사람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두 사람과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