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anuary VOL.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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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와 현대적 일상, 그 아름다운 공존 ‘전주한옥마을’

전통문화와 현대적 일상, 그 아름다운 공존

전주한옥마을

글. 송지유 사진. 조병우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도시 전주에서도 여행 1번지로 손꼽히는 전주한옥마을.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나지막한 황토 담장과 700여 채의 기와지붕이 어깨를 맞대며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채 오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과 현대, 문화와 일상이 공존하고 있는 골목길 따라 느릿느릿 달팽이의 걸음으로 전주한옥마을 여행을 떠나본다.

질곡의 역사를 품고 있는 전주한옥마을

계묘년(癸卯年) 새해 벽두, 새로운 여정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예향의 도시 전주(全州)다. 옛 전주읍성의 관문인 풍남문(豊南門) 앞에 서니 팔작지붕에는 세월의 더께처럼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옹벽을 갖추고, 중층의 문루를 세운 구조의 풍남문은 전주읍성의 남문이며 보물 제308호다. 임진왜란 때 파괴되었다가 1734년 영조의 명으로 개축되었지만, 화재로 소실되어 1767년에 다시 지은 후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누각 2층 한가운데에 걸려 있는 ‘湖南第一城(호남제일성)’이라는 현판에서는 조선시대에 전라감영이 있었던 전라도의 중심지로서의 긍지가 느껴진다. 풍남문이 가장 전주다운 곳으로 꼽히는 까닭이기도 하다.

풍남문 광장을 건너면 전주여행의 1번지로 꼽히는 전주한옥마을이 시작된다. 전주한옥마을은 도심에 밀집된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이라는 점에서 그 독특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전주 곳곳에 일본인들의 상점과 일본식 건물이 늘어나자, 지역민들이 일본 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해 풍남동과 교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살면서 형성되었다. 1970년대 이후 한옥마을을 떠나는 이들이 늘기도 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전주의 전통적 색채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사연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전주한옥마을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달팽이와 함께하는 슬로길’이라는 슬로건이 알려주듯 느릿느릿 걸어야 제 멋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거리를 보니 쭉 뻗은 태조로를 따라 청사초롱이 여행자들을 맞아주고, 겨울나무들은 각양각색의 색동옷을 두르고 있어 마치 설빔을 입고 뛰어노는 아이들처럼 정겹게 다가온다.

전주한옥마을은 ‘달팽이와 함께하는 슬로길’이라는 슬로건이 알려주듯 느릿느릿 걸어야 제 멋을 발견할 수 있다.

순교성지 전동성당, 조선 왕조의 태동지 경기전

한옥마을 초입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전동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힌다. 1908년 착공해 1931년에 완공되었으며,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한 건물로 성당 안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양옆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 드리워진 역사의 그림자 또한 짙다.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가 처형당했던 풍남문 성벽의 돌로 성당 주춧돌을 세웠으며, 일제강점기 때 허물어뜨린 전주읍성의 성곽에서 나온 돌로 성당을 지었다. 지금은 천주교 최초의 순교성지로 전 세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동성당 바로 맞은편에는 경기전(慶基殿)이 있다. 태조 이성계의 본향인 전주는 조선 왕조의 발상지로 여겨졌으며, 이런 연유로 태종 10년(1410년)에 전주에 태조의 어진(御眞, 국보 317호)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낼 전각인 경기전을 세웠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6년(1614년)에 중건되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을 지나 초상화를 모신 ‘정전’으로 향하는 길이 죽 이어져 있다. 정전에서 마주한 태조의 모습은 곤룡포에 익선관을 쓴 6척 장신의 기개가 어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곳에서 해마다 태조 어진 봉안 의례를 행하고 있다. 

경기전 후원에서 대나무 숲길을 만난다. 울창한 대나무가 터널을 이룬 길은 사진촬영 명소이기도 하지만, 최근 방영되었던 드라마 <슈룹>에서 중전이 씩씩하게 걷던 장면의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경기전 내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史庫)와, 태조어진박물관도 있다. 이외에도 예종의 태실(胎室)과 태실비, 정전 북쪽에 조경묘도 있다.

기와지붕 이어진 골목길, 과거와 현재의 공존

실개천이 흐르는 은행로를 지나 골목길로 꺾어 들자 대한 황실의 후손이 머물고 있는 ‘승광재(承光齋)’에 이른다. 기역자 구조의 한옥 처마 밑에는 황실 가족들의 사진들이 붙어있고, 조선 역사와 황실 다례, 예법 등을 익히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기와가 꽃처럼 박힌 황토 담장이 멋스러운 골목길 안쪽에는 전주한옥마을역사관도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형성과 변천사 등을 비롯해 각종 기획 전시를 볼 수 있다.

한옥마을 곳곳에서 만나는 골목길에는 나지막한 담장마다 황토뿐 아니라 벽돌을 비롯해 그림이 그려진 담장까지 멋스러운 정취를 담고 있다. 막힘없이 소통하는 골목길을 따라 전주소리문화관, 김치문화관, 한옥생활체험관처럼 전통문화를 되새기는 곳뿐만 아니라 편직 공장터에 세워진 교동미술관처럼 현대 미술 전시 공간도 자리 잡고 있다.  

태조로 오르막 끝 언덕에 자리한 오목대는 1380년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한 이성계가 승리를 기념해 연회를 열었던 곳이다. 얼어붙은 길 때문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인근의 전망 좋은 카페로 발길을 돌려본다. 건물 최고층에 오르니 700여 채의 기와지붕이 촘촘히 이어지는 한옥마을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순간 현재와 과거, 그 100여 년의 시간이 오버랩되는 듯 아득해진다.

한복 입은 관광객들의 화사함과 주민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공간, 운세를 점치는 젊은 연인들과 마을 정자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이처럼 전주한옥마을에는 과거와 현재, 옛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져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역사적 공간임에도 생생한 활기와 일상의 온기가 머물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는 과거와 현재, 옛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져 역사적 공간임에도 생생한 활기와 일상의 온기가 머물고 있다.

인천발전본부 경영기획부 총무과 이준호 대리(사내소통기자단/우측)
새해 첫 여행을 친한 동료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전주 한옥마을은 3번째 방문인데,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모습도 공존하고 있어서 재미있고 좋습니다. 저희 사내소통기자단뿐만 아니라 중부가족 직원들도 이렇게 여행에 적극 참여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부가족 모두 새해에도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인천발전본부 경영기획부 토목과 최윤호 대리(좌측)
선배님 추천으로 전주 탐방에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5년여 전에 가족들과 전주에 왔었는데, 눈 쌓인 한옥마을을 보니까 예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맛집도 많다니까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곳인 것 같고요. 올해는 중부가족 모두 건강하고 더 재미있고 좋은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