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ULY
VOL.123
워킹맘에게 ‘저녁 있는 삶’이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쉽지 않은 일도 든든한 동료가 있다면 용기를 낼 수도 있다. 입사 동기이자 육아 동지인 보령발전본부 2발전소 발전운영2실 김신애 주임과 신보령발전본부 경영지원실 정보보안팀 이정은 주임이 모처럼만에 퇴근 후 저녁을 누렸다.
김신애 / 이정은
오랜만에 허락된 저녁 외출에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도 잠시, 김신애 주임과 이정은 주임은 동시에 ‘술’을 떠올렸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 마음 맞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황금 같은 시간을 술만 마시면서 날릴 수는 없지’, 김신애 주임은 주어진 시간을 조금 뜻깊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정은 주임에게 술을 마실 수도 있고, 빚을 수도 있는 ‘전통주 공방 체험’을 제안했다.
“이정은 주임과는 2014년도에 함께 입사했어요. 사업소가 달라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는데 아이들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친해졌어요. 엄마로서, 또 동료로서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술을 마시기만 했지, 빚는 것은 처음이라는 이정은 주임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행에 나섰다.
오늘 함께 만들 전통주는 이화주(梨花酒)! 하얀 배꽃이 필 무렵 빚는다 하여 이름 붙여졌는데 향긋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대부분의 술이 액체라면 이화주는 빛깔이 흰 요구르트처럼
꾸덕꾸덕한 외향의 ‘떠먹는 술’로 유명하다.
“술을 빚는다고 해서 마시는 술만 생각했는데 떠먹는 술을 만든다고 하니 정말 신기해요. 같은 처지에 있어서 항상 고민을 나누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인 김신애 주임과 함께
하게 되어 더 즐거워요. 오늘 퇴근 후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고 가겠습니다.”
이화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건식 멥쌀가루 250g에 끓는 물을 부어가며 익반죽을 해야 한다. 펄펄 끓는 물을 부어가며 손으로 반죽을 치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두 사람은 준비된
요리용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물을 부으며 멥쌀가루의 반죽을 시작했다. 익반죽이 끝난 후에는 반죽으로 도넛 모양의 구멍떡을 만든다. 구멍떡을 만들 때에는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크기도
두께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죽을 이손 저손 옮겨가며 도넛 모양의 구멍떡을 만들다 보니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이 절로 난다. “아이들하고 함께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이정은
주임의 말에 김신애 주임이 “나중에 집에서 애들이랑 함께 만들어 보자”라고 맞장구를 친다.
마치 미술 시간 같은 구멍떡 만들기가 끝나고 완성된 떡을 끓는 물에 삶아낸다. 떡이 떠오르면 물기를 잘 빼서 건진 후 구멍떡을 으깬다. 식어서 굳어지기 전에 반죽을 빨리 짓이겨서 으깨야
하는데 이 과정이 중노동처럼 힘이 든다. 힘들다는 김신애 주임의 투정에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이정은 주임. 평소에도 서로 힘들 때마다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사이다.
“회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사정이 되는 사람이 아이를 대신 케어해 주기도 하고 주말에는 함께 육아를 하면서 돕고 있죠. 친정도
시댁도 먼데 급할 때 SOS를 외칠 수 있는 김신애 주임이 있어 항상 든든해요.”
어느새 구멍떡 반죽을 완전히 으깨는 데 성공! 고된 일 끝에 노동주로 막걸리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거의 완성 됐어요.” 아무리 봐도 술이 될 것 같지 않은데 거의 다 끝나간다고 하니 의아하기만 하다.
이제 마지막 과정이다. 으깬 구멍떡 반죽을 25~30℃ 사이의 온도로 식힌 후에 이화곡을 넣어 다시 반죽을 한다. 이화곡은 반죽을 발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누룩으로, 누룩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당분을 발생시키는 당화효소와 알코올을 만들어 탄산가스를 발생하게 하는 효모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멥쌀 반죽을 술로 만들어주는 요술 가루다.
이화곡을 넣은 반죽을 잘 섞은 후에 소독한 병에 넣어주면 완성! 반죽을 병에 넣을 때에는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듯이 넣어줘야 한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처음 해보는 술 빚는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 힐링이 됐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이정은 주임과 함께해서 든든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내일이 제 생일인데 오늘 하루가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담은 술을 햇빛을 피해 상온에 놓아두고 1일, 2일, 3일차마다 뚜껑을 열어 저어준다. 이후 일주일에서 2주간 발효시키면 맛있는 이화주가 완성되는데, 1년, 2년, 3년, 세월이
흘러 숙성될수록 그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숙성될수록 점점 더 맛있게 익어가는 술처럼, 두 사람의 우정도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향기롭고 진하게 익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