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며 상상하던 모습이 배우의 얼굴이 되고, 문장 하나에 멈췄던 감정은 영화와 드라마로 이어진다.
원작이 탄탄해 더 믿고 보게 되는 콘텐츠. 소설과 웹소설에서 출발해 영화와 드라마로 확장된 이야기들을 모았다.
익숙하지만 새롭고, 알지만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 알고 나면 감동 심해~
글 편집실
현실에서 후회와 죄를 지울 수 있는 인생은 없지만 판사 이한영에게는 예외가 생긴다. 2035년, 그는 돈과 권력에 흔들리며 정의를 외면한 판사로 살아가고, 타협 끝에 내린 판결은 한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다. 그 선택의 끝은 비극적인 죽음이다. 모든 것을 후회하던 순간, 이한영은 10년 전 첫 단독 재판을 맡았던 시점으로 돌아온다. 이미 알고 있는 사건과 진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르게 선택할 기회. 그는 과거와 다른 판결을 내리며 권력과 자본 뒤에 숨은 것들을 하나씩 끌어낸다. 그러나 정의를 택할수록 위험은 커지고, 그는 법과 권력, 양심 사이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통쾌한 전개 속에서 이 작품은 끝까지 묻는다. 정의는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 2018년 연재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웹툰을 거쳐 지성 주연의 MBC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과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다.
어느 날부터 하민은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때마다 눈앞에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그날을 늦추기 위해 집밥을 피한다. 하지만 피할수록 함께하는 시간은 더 소중해지고, 평범했던 식탁은 점점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이 된다. 이 이야기는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영화 <넘버원>으로 제작되었다. 소설이 ‘남은 횟수’라는 설정을 통해 일상의 의미를 조용히 짚어낸다면, 영화는 그 시간을 눈앞의 장면으로 옮겨 가족의 감정을 더 가까이 전한다.
아침마다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김 부장. 거울 앞에서 “그래, 나 꽤 잘 살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에 집 있고, 대기업 부장에 부동산 투자까지 성공했으니, 인생은 이미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방 발령, 퇴직 압박이 하나둘 현실로 다가온다. 회사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흔들리는 선택들. 위기를 넘기려 시작한 부동산 투자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제야 김 부장은 묻게 된다. ‘내가 믿어온 성공, 진짜 맞나?’ 처음엔 밉지만, 보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쓰인다. 송희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25년 10월 JTBC 드라마로 제작됐으며, 소설이 인물의 속마음을 따라갔다면 드라마는 선택 이후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로 쉽게 평가받는 사회 속에서 사랑과 성장을 겪는 20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86년,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의 기억은, 그녀가 떠난 뒤인 1999년의 회상으로 이어지며 짧지만 깊었던 관계와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는 감정을 1인칭 시점에서 차분히 드러낸다. 영화 <파반느>는 한 사람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백화점에서 일하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3인칭 시점으로 풀어냈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인물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며 사랑과 삶의 의미에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더 넓은 시선으로 보여준다. 제목 ‘파반느’는 16세기 유럽 궁정에서 유행했던 느린 춤곡으로,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감정의 속도를 낮추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사랑의 걸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