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March VOL.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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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레터

유난히 변덕스럽던 겨울을 지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고유가, 고환율 등 어수선한 외부 상황에도 어김없이 매화와 유채, 벚꽃 등이 피어나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중부가족 여러분도 희망차고 따뜻한 봄날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최근 발생한 매우 가슴 아픈 일로 깊은 심려를 끼쳐 최고 경영자로서 중부가족 여러분과 협력사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도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안전에 관한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전진하는 ‘느리지만 안전한 거북이 운동’을 줄기차게 추진해 온 결과 2021년 이후 중대재해가 없는 획기적인 경영성과로 우리 회사를 ‘안전명가’로 자평하는 시점에 발생한 금번 사고로 인해 모든 직원들이 상심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역시 자만은 금물이었습니다.
최고 경영자로서 중부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11년 전 보령 1·2호기 화재 이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보령 1·2호기 화재 사고와 작년 보령 4호기 화재 위기를 무사히 극복한 것처럼 우리 중부가족은 지금의 힘든 시간들 역시 ‘합심과 격려’로 이겨내고 ‘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일터에서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이 고인과 유족의 뜻을 기리는 일일뿐만 아니라 중부발전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백지에서 시작합시다.


왜 현장이 불안전했을까요?

발전소에는 다수의 협력사들과 경비·항만·미화 등 다양한 업무가 상시 운영되고 계획예방정비공사나 건설 중에는 외부 작업자, 일용직, 운반차량, 중장비 등이 추가로 출입하는 등 매우 복잡하여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설비와 통행로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술해져서 어느 날 갑자기 위험요소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어제까지 안전했던 것이 오늘 아침 가장 위험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상황이 안전 사각지대 발생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바쁜 일상 속 업무에 몰두하면서 주변 위험을 모두 대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원래 자신의 허물은 자신에게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살펴보고 도와주고, 당사자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소통과 배려’의 문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왜 사각지대가 생길까요?

그것은 바로 최일선 현장과 관리부서 간의 ‘소통 부족’과 서로에 대한 ‘관심 부족’에서 발생됩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도요타의 경쟁력은 최일선 작업장의 ‘현장소통 역량’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소통이란 일방적 지시나 전달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지원’이 본질입니다. ‘소주를 마시고 통곡하는 것’이 소통이 아닙니다. ‘소소하고 솔직한 대화로 서로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소통입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는 뜻으로,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습니다. 주변 동료에게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는 기업문화’가 궁극적으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안전을 포함한 모든 ‘업무 사각지대’를 제거하는 필수요건입니다. 왜 주변과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질까요? 물론 현장에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도 큰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여유’는 어디에서 올까요?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감사’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갖은 어려움에도 서로에 대한 지원과 연대라는 ‘무언의 믿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동안의 위기를 극복해 왔던 것입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일은 나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동료와 협력업체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 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깨달음’이 있어야 ‘진정한 소통과 배려’의 기업문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한편, 지나치게 수직적인 기업문화, 승격 및 이동에 대한 불만과 갈등 등 제도적 문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경영적인 측면에서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중부가족 여러분들의 의연함과 진실로 회사를 생각하는 애사심·책임감에 새삼 깊은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금번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여러분들께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다짐하며 약속합니다.
첫째, 모든 업무에서 관심을 기울여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둘째, 모든 역무를 아울러 ‘최일선 현장과 소통’하고 셋째, 매사에 ‘감사가 넘치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 우리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 먼 길을 가야 하기에 여기서 정체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항상 감사하며 함께 전진합시다.
중부가족 여러분!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여 더욱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