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March VOL.121

HOME 문화에 열중 거기 그곳에

도심 속의 힐링,
자연을 만나다

서울식물원

글. 정재림 사진. 조병우

도심 속 식물원과 공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서울식물원. 삭막한 도심 속에서 오아시스처럼 우리를 반겨주는 자연이 있다. 새소리와 풀벌레 우는소리, 따뜻한 바람과 촉촉한 이슬까지. 단번에 힐링 되는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여기가 서울 맞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좋아한다. 탑승구에서 막 빠져나와 공항 입구를 나서면, 달라진 기온과 습도, 낯선 냄새와 소리로 드디어 여행지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낯설고 새로운 세계에서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것만큼 힐링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힐링을 위해 해외여행을 감행할 수는 없는 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마음만 가득한 이들에게 서울식물원을 추천한다. 난데없이 웬 식물원인가 싶겠지만,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방문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아 단숨에 열대 지역과 지중해 지역으로 여행시켜주는 곳이다.

평일 오전에는 방문객이 가장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픈 시간인 9시 30분에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키오스크에서 구입한 입장권을 QR코드 리더기에 찍고 들어가자 입국 수속을 밟는 기분이 든다. 막 입구에 들어서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겨줬다. ‘벌써 날씨가 풀렸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온실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동굴처럼 조성된 구조물을 지나야 하는데 덩굴식물로 둘러싸여 열대 지역을 여행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우거진 숲이 펼쳐졌다. 마치 잎맥 같기도, 벌집무늬 같기도 한 온실 천장 구조물이 없었다면 열대 우림 속에 와있는 착각이 일었을 터. 오목한 접시 모양의 서울식물원 온실은 7,602㎡ 면적에 100m의 직경, 최대 높이 25m로 지어졌다. 관람코스 초반에 조성된 열대관에서는 적도 근처 월평균 기온 18℃ 이상의 지역에서 나고 자란 열대기후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라질 상파울루, 콜롬비아 보고타 4개 도시의 열대 우림 생태경관을 재현해 놓았다고. 열대관을 둘러보며 나도 모르게 외투를 벗어들었다. 잠들어 있던 여행 세포가 꿈틀거리며 깨어난 건 당연지사.

서울식물원은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식물과 공원이 결합된 곳이다.

감각을 일깨우는 걸음걸음

지구 생물종의 절반이 분포하고 있는 열대 지역은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이 뒷받침되니 열대관의 식물들은 훤칠한 키를 자랑한다. 35m까지 자란다는 폭탄수와 수명이 길어 3,000년까지도 산다고 알려진 인도보리수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면 작은 개울도 지나친다. 식물원 곳곳에는 이국적인 소품들과 포토스팟이 마련되어 있으니 걸음을 옮기면서 사진을 남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수중식물이 자라고 있는 연못 데크길이 열대관의 묘미를 장식했다. 열대관을 나서니, 습한 기운이 한결 가시고 갑자기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멀리 대추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이면 이곳부터는 지중해관이다.

이번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탈리아 로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그리스 아테네, 호주 퍼스, 튀르키예 이스탄불 도시의 식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중 온화한 기온의 도시가 재현되어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다. 지중해관 초입에서 만난 올리브나무는 스페인에서 들여온 것인데 10m까지 자란다고 한다. 지중해관 중앙은 꽃 화분들로 가득해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산책로를 따라 정원을 지나자 키가 작은 허브들이 가득한 허브정원이 등장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다른 종류의 향을 내뿜는 허브들 덕에 후각이 쉴 틈이 없었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식물원

바오바브나무 아래에서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어린왕자까지 만났다면 다음 코스는 스카이워크로 이어진다. 열대관으로 이어지는 8m 높이의 스카이워크는 키가 큰 열대식물의 잎과 열매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온실 천장과 가까워지는 만큼 기온도 올라 스카이워크에 처음 발을 디디면 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전망대처럼 온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라는 사실.

출구가 가까워질수록 걸음을 늦추게 될 정도였지만 아쉬워하기에는 이르다. 서울식물원 입장권으로 온실 외부에 있는 주제원까지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원은 한국의 식물문화를 보여주는 정원으로 총 8가지의 테마로 정원을 꾸민 곳이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아 온실만큼 푸르른 녹음은 볼 수 없었지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바람의 정원에서는 참억새와 실새풀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식물원은 조성될 당시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를 계획한 것처럼 인근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때로는 특별한 나들이 장소로, 때로는 가벼운 산책로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가드닝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으니 도심 생활에 지친 이들은 녹색 힐링을 누려봐도 좋겠다.

서울식물원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09:30~17:00 매표 마감(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신서천발전본부 경영기획부 도예진 주임 (중간)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은 쇼핑센터가 많은데 이렇게 식물을 구경하며 산책할 수 있어서 좋네요. 날씨가 조금 더 풀리면 외부의 공원에서도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전략처 기획조정실 전종석 주임 (좌측)
서울 도심 안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역에서 가까워서 접근성이 참 좋다고 생각했어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가볍게 나들이 나오기 좋은 곳이네요. 피톤치드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고 갑니다.

신서천발전본부 환경화학부 양재선 주임 (우측)
서울식물원에 처음 와봤는데요. 도심 속의 힐링 공간이네요. 도심에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녹음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았습니다. 업무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한번 방문해 보시면 좋은 힐링이 될 것 같습니다.